THE WARDEN’S JOURNAL

한국어 번역 · 57개의 기록 · 787개 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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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홍 박사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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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57개의 기록

목차 · 57개의 기록
  1. 01 · 도난당한 네크로노미콘
  2. 02 · 두 번째 얼굴
  3. 03 · 거울 속의 내가 걸어 나왔다
  4. 04 · 간수가 열쇠를 받았다
  5. 05 · 잠들면 방이 바뀐다
  6. 06 · 다른 곳은 없다
  7. 07 · 두 세계는 이미 내 안에서 만나고 있다
  8. 08 · 네 번째 마디
  9. 09 · The Warden’s Journal: 리부트 제9화
  10. 10 · 변형된 얼굴
  11. 11 · 제11화
  12. 12 · 제12화
  13. 13 · 제13화
  14. 14 · 제14화
  15. 15 · 문 밑으로 이어진 발자국
  16. 16 · 갈라야 할 자리
  17. 17 · 걸어 다니는 문이 붙잡히다
  18. 18 · 3초
  19. 19 · 더 자비로운 칼
  20. 20 · 이쪽의 눈
  21. 21 · 길은 케일럽을 데려갔다
  22. 22 · 유리 같은 항구를 지나
  23. 23 · 문지기 없는 문
  24. 24 · 정부가 벌어 준 몇 시간
  25. 25 · 세 번째 방향
  26. 26 · 살아 있는 거울의 인계
  27. 27 · 간수가 변하는 순간
  28. 28 · 손을 세는 통로
  29. 29 · 문지기는 초대하지 않는다
  30. 30 · 거부로 꽂은 열쇠
  31. 31 · 마을을 떠나는 배
  32. 32 · 세 번째 두드림
  33. 33 · 살아 있는 통로
  34. 34 · 굴복한 문지기
  35. 35 · 표본
  36. 36 · 잘못된 문
  37. 37 · 정거장을 깨운 것
  38. 38 · 안쪽의 손
  39. 39 · 문지기들의 고리
  40. 40 · 비들이 보는 것
  41. 41 · 가둬 두는 벽
  42. 42 · 빌려 쓴 두드림
  43. 43 · 네 번째 마디
  44. 44 · 태엽 감는 기둥
  45. 45 · 열쇠를 돌리다
  46. 46 · 우리가 열 수 없었던 것
  47. 47 · 두 풍경
  48. 48 · 베일을 벗은 법정
  49. 49 · 주인들의 주인
  50. 50 · 묻힌 것
  51. 51 · 판결
  52. 52 · 적합하다는 판정
  53. 53 · 달라진 증인
  54. 54 · 아직 이르지 않은 날짜
  55. 55 · 밀물이 시작되다
  56. 56 · 죽은 손
  57. 57 · 마지막 기록
기록 01 / 57

도난당한 네크로노미콘

미스카토닉 대학 인류학과 조교수인 나, S.P. 홍 박사는 다음 글을 문학이 아닌 기록으로 남긴다. 이것이 고백으로 읽힐지, 사건의 기록으로 읽힐지는 나로서도 판단할 수 없다.

보스턴의 호레이스 홀트가 남긴 유품 속 책 한 권에서 시작되어 10월 31일 내 방의 거울 앞에서 절정에 이른 일들 때문에, 나는 일상의 언어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누구든 이 글을 읽는다면 아직 내 수중에 있는 증거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좀먹은 라틴어판 네크로노미콘, 그 제본 안에 꿰매 넣은 이질적인 낱장, 쇠 열쇠, 그리고 내가 덮어 두고는 감히 다시 열어 보지 못하는 거울이다.

내 하숙집은 대학 서쪽, 느릅나무 뿌리가 벽돌 보도를 밀어 올리는 곳에 있다. 위층 창문에서는 시계탑과 롤리 습지 쪽으로 낀 안개가 보인다. 뒤이어 벌어진 일들은 이런 사소한 조건까지 눈여겨보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집과 소금기 어린 갯벌이, 물질과 의식이 이루는 훨씬 오래된 어떤 질서를 잠시나마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것처럼.

홀트는 1927년에서 1928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인스머스에서 벌어진 연방정부의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의 집안은 마시 가문의 사업체들과 연줄이 있었다. 그는 어느 사설 기관에서 죽었다. 그곳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오랫동안 내 조수로 일해 온 킴이 유품 목록 작성을 도왔다. 소금 얼룩이 밴 보고서들, 폐허가 된 부둣가 사진들, 대학 인장이 찍힌 편지들이었다.

그 아래에 책이 있었다. 썰물 때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는 기름 먹인 천에 싸여 있었다.

나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도난당한 네크로노미콘이었다. 대학에서 엄중히 지키던 장서함 안에서 보았던 책이었다. 홀트는 진본을 빼내고 가짜 제본으로 바꿔 놓은 뒤, 원본을 자기 짐에 섞어 가지고 나왔던 것이다.

이를 발견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내가 한 일은 그것과 전혀 달랐다.

기록 02 / 57

두 번째 얼굴

책을 자세히 살피다가 지금 내 불행의 핵심이 된 낱장을 발견했다. 거친 실로 책 뒤쪽 제본에 꿰매 놓은 것으로, 본문과는 종이가 달랐고 라틴어로 쓰여 있지도 않았다. 홀트가 남긴 메모에 따르면 인스머스의 옛 다곤 교단 회관 지하 방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곳의 석조 벽에는 익숙한 연장의 흔적이 없었다. 인간의 척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손길로 돌을 쌓아 올렸을 뿐이었다.

낱장 맨 위에는 문양 하나가 있다. 불규칙한 세 획이 원을 끊어 놓은 모양이다. 그 아래에는 힘주어 쓴 경고가 있다. 깊은 곳에서 사람의 얼굴을 걸친 것을 가져오지 말라.

본문은 내가 아는 어떤 암호에도 맞지 않았다. 킴은 내 곁에서 트리테미우스와 보렐루스, 매더의 저술을 찾아보았다. 어느 것도 그 문자를 설명하지 못했다. 거울 곁에 놓으면 기호들이 변한다. 나는 지혜보다 만용이 앞선 채 이 실험을 혼자 했다. 거울 속에서 새로 배열된 기호들은 너무도 선명한 뜻을 드러내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정신을 상처 입혔다. 그렇게 얻은 표제는 이러했다. 두 번째 얼굴에 관하여.

내용은 요그 소토스에 관한 것이었다. 숭배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시간과 공간에 걸쳐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서. 그 의식은 무언가를 불러내지 않는다. 행하는 자에게 바라보기를 허락할 뿐이다. 몇 시간이 아니라 몇 번 숨을 쉬는 동안만. 그리고 그 장소와 그 안에 서 있는 모든 것을 등록한다.

더 거친 필체로 덧붙인 구절이 있었다. 들여다보는 이에게는 증인이 따르리라. 그 증인은 들여다보는 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을 걸치리라.

나는 그 낱장을 다시 어둠 속에 넣어 두어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

킴이 내 재떨이를 비웠다. 내가 담배에 또 불을 붙이자, 그녀의 눈빛이 입 밖에 내지 않은 말을 대신했다.

그 뒤로 이상한 일들이 생겼다. 홀트의 사진에 비친 창백한 형상, 혀에 남은 소금 맛, 건조한 날씨인데도 서쪽 벽에서 나는 소리, 거리는 텅 비었는데 내 방문 앞에서 뚝 끊기는 발소리. 나는 신경이 예민해져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여겼다.

10월 28일, 낱장에서 한 줄을 더 발견했다. 전에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관문의 별들이 옛 자리로 돌아오거든 거울 앞에서 말하라. 죄수가 자신의 이름을 고하게 하라.

기록 03 / 57

거울 속의 내가 걸어 나왔다

새로 발견한 구절의 잉크가 한순간 종이 위로 도드라져 보였다. 종이 섬유가 아니라 얇은 막 위에 쓴 글처럼. 나는 낱장을 궤짝에 도로 넣었고, 잠들지 못했다.

자정이 지나도록 성도를 들여다보던 나를 킴이 발견하고 무엇을 숨기느냐고 물었다. 나는 이 계절의 별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는 잠시 나를 살펴보더니 다시 서가 정리로 돌아갔다.

10월 31일, 하늘은 낱장이 예고했던 대로 맑았다. 내 동기는 고상하지도, 분명하지도 않았다. 이 모든 것이 꾸며 낸 일임을 밝히고 싶었고, 관문이 비유인지 실재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거울의 덮개를 걷고 지시된 말을 읽었다.

자정을 알리는 첫 종소리와 함께 시계가 멎었다. 거울은 더는 방을 비추지 않았다. 그 대신 창백한 별들이 회전하고, 문들이 완전한 침묵 속에서 열리고 닫히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안에 내 모습이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것이 웃었을 때 나는 웃지 않았다. 그러더니 그 형상이 거울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파라오의 예복을 입고 있었다. 손은 내 손이었다. 어린 시절 손가락 마디에 생긴 흉터까지 같았다. 하지만 얼굴은 밀랍으로 빚은 듯 지나치게 반듯했고, 관자놀이의 피부는 살짝 비쳤다. 살갗은 잠시 걸친 것에 불과하다는 듯했다.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거기에서 어떤 인격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그 안을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만 있었다. 거대한 지성이 인간의 윤곽 안으로 몸을 접어 넣고는 말 따위 필요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방은 움직이지 않은 채 멀어졌다. 통상의 거리로는 잴 수 없는 심연 너머에 문들이 서 있었다. 어떤 문 너머에는 옛 아컴과 검고 고요한 물가가 있었고, 다른 문들 너머에는 그 낱장을 거듭 읽는 내가, 또 다른 문들 너머에는 홀트와 인스머스가 있었다.

네 번째 문은 달라진 내 방을 보여 주었다. 나의 형상 하나가 잠긴 안쪽 문 곁에 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쇠 열쇠가 놓여 있었다. 커튼은 꼭 닫혔고, 거울은 가려져 있었다. 방문자는 내 손과 똑같은 손으로 그 광경을 가리켰다.

기록 04 / 57

간수가 열쇠를 받았다

열린 틈들에서 증인들이 나왔다. 넷이었고, 모두 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통상의 시간 바깥에서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리를 잡지도, 서로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셋은 서 있었고, 넷째는 마룻바닥에 시선을 둔 채 앉아 있었다. 그들의 가슴은 오르내리지 않았다. 등불이 만들어 낸 네 윤곽은 부자연스러울 만큼 꼼짝하지 않았다. 빛이 그들을 가구로 취급하라는 지시라도 받은 것 같았다.

하나는 네크로노미콘을 들고 있었다. 하나는 낱장을, 하나는 천으로 감싼 거울을 들고 있었다. 앉아 있던 형상이 눈을 들었다. 한 치도 틀림없는 내 눈이었다. 그것이 내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신이 일어서면 관문은 닫히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자 방문자가 마지막 문을 열었다. 그 너머에는 별들의 심연 사이에 걸친 문턱과도 같은 상태가 있었다. 바깥에서 밀려오는 압력이 얇아지는 세계를 짓누르고 있었다. 차가운 가르침이 이와 뼈를 타고 전해졌다. 들여다보는 것은 등록되는 일이다. 등록된 것은 붙들어 매어야 한다. 붙들어 매려면 문지기가 있어야 한다.

내 손바닥에 쇠 열쇠 하나가 놓였다. 깊은 곳에서 막 건져 낸 듯 축축했다.

약속도, 명령도 없었다. 제안만 있었다. 문턱을 지키든지, 네가 열린 틈이 되든지.

내 손가락이 오므라들었다.

동트기 전에 눈을 떴다. 거울은 덮여 있었다. 내가 덮은 것이 아닌데도. 책은 닫혀 있었고, 열쇠는 내 가슴에 걸려 있었다. 이 일지에는 내 필체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죄수가 지키는 일을 받아들였다. 간수가 열쇠를 받았다.

그날 이후 복도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일정하면서도 어딘가 어긋난 소리였다. 이제는 복도보다 천으로 가린 거울 자체에서 더 자주 들리고, 최근에는 안쪽 문의 나무판에서까지 난다. 아직 오지 않은 날짜가 적힌 편지 몇 통은 내 것과 닮은 필체로 쓰여 있었다. 자정이면 궤짝 뚜껑이 손가락 하나 너비만큼 움직인다.

킴은 보통 편지들을 아직 오지 않은 날짜가 적힌 편지들 옆에 놓았다. 그러고는 날짜를 하나씩 옮겨 적은 뒤 편지를 돌려놓았다. “설명해 주지 않으시겠다면, 적어도 기록은 남겨 두겠어요.” 이어서 왜 그 열쇠를 지니고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납득할 만한 답을 해 주지 못했다. 그녀는 베껴 쓴 기록을 보관했다.

나는 그 방문자를 잠정적으로 니알라토텝이라 불렀다. 그것은 스스로 이름을 밝힌 적이 없다.

나는 열쇠를 없애지 않았다. 문도 열지 않았다.

기록 05 / 57

잠들면 방이 바뀐다

나는 거울의 덮개를 걷지 않았다. 안쪽 문에 열쇠를 꽂지도 않았다. 하지만 손대지 않는다고 멈추는 것은 아니다. 바라봄으로써 시작된 거래는 더 이상의 동의 없이도 계속된다.

두통이 늘 나를 따라다닌다. 눈 뒤쪽 깊은 곳이 규칙적으로 욱신거린다. 열쇠가 따뜻해질 때, 잠들기 전에 더 심해진다. 어느 날은 학부생들의 과제를 읽다가 오전에만 두 번이나 입술에 피가 번졌다. 내 하루는 겉으로는 여전하다. 오히려 이렇게 일상이 계속된다는 사실 때문에, 뒤이어 벌어진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가 없다.

첫 변화는 사진에서 나타났다. 홀트의 사진 속 창가에 있던 얼굴 하나가 불어나더니, 거리가 온통 지켜보는 자들로 가득해졌다. 그들 뒤로는 사진 유제 속에 자라난 건축물이 보인다. 굴뚝이 서 있던 자리에 어두운 금속의 갈비뼈들이 솟아 있다. 킴은 연방정부가 보관하던 사본을 구해 와서 사진끼리 한 장씩 비교해 보자고 요구했다. 그 사진들에는 인간 세상의 황폐함만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 것에는 그렇지 않았다. 킴은 내 진술을 목록에 들어갈 설명과 구분해 기록했다. “박사님의 해석이 곧 기록은 아니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둘을 합쳐 쓰지 못하게 했다.

망판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았을 때, 단 한 번 검은 물 위에 난 문간이 보였다. 환등용 유리 슬라이드 하나에는 가장자리에 낱장의 문양이 나타났다. 학생들 가운데 그 슬라이드를 언급한 사람은 없었다.

11월의 둘째 밤, 꿈의 실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알현이었다. 바라보는 자들이 결합부가 된다. 그 장소와 심연 사이에는 이음매가 필요하다. 네가 그 이음매다. 잠에서 깨니 베개에 피가 묻어 있었다.

셋째 밤에는 서쪽 벽의 각도가 틀어져 있었다. 목공용 직각자로 재어 보니 눈은 허용해도 도구는 용납하지 않는 각도였다. 아래층의 헤일 부인에게는 그저 널판 외벽으로 보일 뿐이었다.

넷째 밤이 지나자 세면대 위로 어두운 합금의 갈비뼈 하나가 돋아났다. 여섯째 밤이 지나자 마룻널에 탁한 윤기가 돌았다. 여덟째 밤이 지나자 천장이 내려앉아 납작한 돔을 이루었다. 열째 밤이 지나자 벽장 문이 짧은 금속 복도로 통했다. 그 끝에 있던 막이 목구멍처럼 한 차례 맥동했다.

나는 커피와 라틴어 원전을 벗 삼아 꼬박 하룻밤을 깨어 있어 보았다. 벽은 그대로였다. 동트기 전, 처음으로 나도 모르게 깜박 졸자 책장 뒤에 새 갈비뼈가 솟았고, 나는 피에 목이 막혀 깨어났다.

기록 06 / 57

다른 곳은 없다

11월 9일 밤으로 돌아가야겠다. 재판정이 더는 알현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지시와 감금의 장소가 된 밤이다.

덫이 발을 낚아채듯 잠이 나를 붙들었다. 나는 떠 있었다. 서 있지도, 떨어지지도 않았다. 끝없이 광대한 어둠 속에 매달린 채 팔이 해초처럼 떠다녔고, 손가락 하나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한한 공간이 어느 벽장보다도 비좁게 나를 조여 왔다.

나는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정하지 않은 방향으로 끌려가며, 엇나간 시대들을 지나 부풀어 오르는 태양들을 스쳤다. 마침내 별이 드물어지더니 앞에 어둠이 나타났다. 우주가 허락하는 범위의 끝에서, 그 어둠은 물질처럼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가장자리에는 가장 짧은 쪽으로 재어도 태양들을 가로지를 크기의 생물이 떠 있었다. 각진 형체들, 막들, 천천히 돌아가는 갈래들.

그 거대한 몸 주위로 권능들이 모였다. 먼저 요그 소토스. 형상이 아니라 모든 시간과 공간에 걸친 존재로서, 바깥이 없는 구처럼 닫혀 왔다. 아컴의 방도 그곳에 있었다. 만성절도 그곳에 있었다. 네게 다른 곳은 없다. 너는 이미 결합부의 모든 지점에 있다.

그다음은 소리가 아닌 피리 소리, 그리고 그 한가운데의 아자토스였다. 형체 없음 그 자체인 그것에 비하면 별들 사이의 생물조차 거의 질서 정연해 보였다. 그 앞에서 내 눈을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나는 손에 힘을 주지 않았다. 손을 멈춘 것은 그보다 차가운 계산이었다. 눈먼 간수도 간수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다. 해구의 압력 아래서 꿈꾸는 깊은 허기. 하나의 윤곽으로 담기에는 너무도 많은 생명으로 들끓는 모성의 어둠. 노랗게 희미해진 왕의 기척. 그리고 묘사하지 않을 가면 쓴 존재.

나는 죽음을 청원했다. 허락은 내려오지 않았다.

그제야 대화가 시작되었다.

기록 07 / 57

두 세계는 이미 내 안에서 만나고 있다

방문자는 가면들 사이에서 내 윤곽을 걸친 채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그 말은 이러했다. 바라봄은 계약이다. 그 장소에는 이음매가 필요하다. 잠은 법정이었고, 방은 두 세계 모두에 맞아야 했으며, 피는 그 과정을 위해 쓰였다. 죽으면 그 안에 더 깊이 편입될 뿐이었다.

나는 바뀌어 가는 바닥 위에서 깨어났다. 손이 경련으로 오그라들었고, 베개는 피로 못 쓰게 되어 있었다. 이 일을 의사에게도, 동료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킴은 내가 침구를 빨고 있는 것을 보고 책상 위에 의사의 명함을 놓아두었다. “도움을 거절하실 수는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몫까지 결정하실 수는 없어요.” 누구를 말하느냐고 내가 물었다. “이 집을 드나들어야 하는 모든 사람이요.”

아컴 시민들의 몸이 눈에 띄게 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그보다 제한적이다. 따져 볼 겨를도 없이 짧게 스치는 순간, 낯익은 얼굴들에 인스머스의 생김새가 내려앉는다. 14일, 느릅나무 아래 골목의 모든 얼굴이 3초 동안 똑같은 감시자의 눈길을 하고 있었다. 방을 잠가 두었는데도 내 흡묵지에는 내 필체로 새로운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지키는 일을 하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 두 세계는 이미 네 안에서 만나고 있다.

서가에서 킴은 붙들어 매는 일에 관한 주석서들을 소환 의식에 관한 기록들과 따로 분류했다. 그녀는 이미 벌어진 일을 추적하려 했다.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증인이 된 사람이 이음매의 한 땀이 되어 버릴까 두려웠다. 방에 관해서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침묵을 대답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7일에 깨어났을 때, 방은 더는 방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벽은 합금으로 되어 있었고, 납작한 돔에서는 창백한 연골로 된 관들이 내려와 있었다. 안쪽 문은 여전히 있었다. 열쇠도 여전히 맞았다. 돌리지는 않고 맞는지만 확인해 보았다. 걸음으로 재어 보았다. 열한 걸음이면 되던 거리가 스물일곱 걸음이었다. 층계참에서 보면 바깥은 여전히 초라한 널판 외벽이었다.

잠깐 의식이 끊겼을 때, 재판정이 돌아왔다. 잠들 때까지 기다려 주는 예의조차 없었다. 새로 생긴 복도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응답했다. 전과 같이, 소리 사이의 간격이 어긋나 있었다.

어느 쪽이 어느 쪽에 들여보내 달라고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기록 08 / 57

네 번째 마디

12월. 두통 밑에 한 가지 물음이 깔려 있다. 간수는 무엇을 지키는가. 누구에게서 지키는가.

합금이 벽을 차지했다. 복도는 빈 벽감들을 지나 104피트나 뻗어, 이제 완전히 속이 비치는 막에 닿는다. 그 끝에 안쪽 문이 서 있다. 같은 문이다. 나뭇결과 경첩, 자물쇠를 모두 확인했다. 나는 줄곧 반대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4일, 업햄 학장이 나를 불렀다. 학생들이 걱정을 표했다고 했다. 나는 양쪽 콧구멍을 솜으로 막은 채 강의하다가 피가 솜에 배어 나오면 고개를 돌리곤 했다. 학장은 급여를 절반만 받는 휴직을 제안했다. 나는 받아들였다.

6일, 합금의 탁한 광택에 비친 내 모습에는 손가락마다 네 번째 마디가 있었다. 가늘고 창백한 그 마디는 조금씩 어긋나며 굽혀졌다. 나는 등불에 손을 비춰 보았다. 마디는 셋, 손가락 마디의 흉터와 잉크 얼룩도 그대로였다. 다시 벽을 보았다. 비친 모습에는 마디가 넷이었다.

도서관에서 킴에게 재봉용 줄자를 구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직접 내 손가락을 재더니, 자신의 수치를 보여 주지 않고 나에게 다시 재게 했다. 두 수치는 일치했다. 그녀는 자신의 기록에 날짜를 적어 보관했다. 그날 밤, 나는 내 기록의 여백에 수치를 적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16분의 1인치까지 일치했다.

9일에는 비친 모습을 보지 않아도 그것이 보였다. 책장을 넘길 때, 잔을 들 때, 물고기 배처럼 창백한 마디가. 소리 내어 하나씩 또박또박 세면 사라졌다. 다른 곳을 보았다가 돌아보면 다시 나타났다. 장갑도 소용없었다. 안에서 그 마디가 굽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9일에도, 10일에도 잠들지 않았다. 11일에는 몸이 내 뜻을 거슬러 제멋대로 결정해 버렸다.

법정이 다시 나를 불렀다.

기록 09 / 57

The Warden’s Journal: 리부트 제9화

전처럼 나는 떠 있었다. 그러나 12월에는 더 빨리 다가갔고, 더 가까이 갔다.

그것은 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화가들이 저주받은 자들을 그릴 때처럼 시체를 쌓아 놓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 몸들은 살아 있었고, 변형되고 있었다. 심장이 목구멍으로 옮겨져, 목소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뛰는 것을 보았다. 그 몸이 비명을 지르려 하면 축축하고 규칙적인 두드림만 났다. 그 두드림을 나는 알고 있었다. 10월 이후 밤마다 안쪽 문 너머에서 듣던 소리였다. 그런 몸이 수백만이나 있었다. 산호가 암초를 뒤덮듯 그 생물을 덮고 있었다.

그 생물은 몸들을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줄지어 늘어선 몸들 사이에 타원형으로 길게 선 빈자리가 하나 있었다. 사람 하나가 서서 들어갈 크기였다. 안쪽 벽에는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 자국에서 손가락 마디의 흉터와 잉크 얼룩, 손가락마다 난 창백한 네 번째 마디를 보았다.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16분의 1인치까지 치수를 맞춰 놓은 자리였다.

그때, 관문의 끔찍한 동시성 속에서 나는 보았다. 그 생물의 옆구리 안에 갈비뼈 모양의 골조를 따라 이어지는 104피트 길이의 통로가 있었다. 타원형 벽감들이 줄지어 있고, 끝에는 막이 있었다. 그 너머에는 칠을 한 소나무 문이 있었다. 그을린 자국과 열쇠 구멍 둘레의 놋쇠 장식판까지 그대로였다.

복도가 내 하숙집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내 하숙집이 그 복도 끝에 있다. 복도는 그 생물의 목구멍이다. 이제야 빈 벽감들의 뜻을 알았다.

바깥은 모든 장소의 뒤에 있었다. 얇아진 곳들이 곧 열린 틈은 아니었다. 이만한 크기의 생물에게는 문이 필요했다.

너는 자물쇠가 아니다. 너는 경첩이다. 세계에는 다른 문이 없다. 오직 너뿐이다. 맨 먼저 건너올 것은 변형된 자들이었다.

그러고는 방문자가 내 곁에 있었다. 여전히 내 윤곽을 걸치고 있었지만, 이제 보니 그 손가락들에도 네 번째 마디가 있었고, 그것을 굳이 감추려 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내가 11월 9일 밤에 무엇을 간청했는지 알고 있었다. 열쇠를 쥔 내 손 위에 긴 손을 아주 가볍게 얹었다.

열어라. 그것이 말했다. 그러면 너는 끝나리라.

기록 10 / 57

변형된 얼굴

깨어났을 때 나는 서 있었고, 열쇠는 자물쇠에 일부만 들어가 있었다. 돌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거부했다고 할 수도 없다. 거부할 의식이 없었으니까. 나는 열쇠를 뺐다. 문 너머의 두드림이 멎었다. 수많은 손가락이 천천히 나무를 긁으며 내려갔다.

동이 트자 오른 도서관으로 갔다. 킴은 목록의 기록을 추적해, 여백에 글을 남긴 사람을 파도바의 어느 의사로 명시한 대목을 찾아냈다. “계속 문을 어떻게 닫는지만 물으시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 문을 지키는 사람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보세요.” 나는 폐관 때까지 트리테미우스의 저술을 뒤져 그 구절을 찾았다. 잠든 문지기의 몸에 저절로 새겨지는 인장들 곁에 적혀 있었다. 간수는 관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지니고 다닌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은 집어삼키지 않고 다시 빚는다. 그리고 거울이 먼저다.

나는 책을 덮고 돌아왔다.

아래층에서 헤일 부인을 만났다. 진동 때문에 장식장 위에 있던 어머니의 접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곁눈으로 보니 그녀의 손가락에도 네 번째 마디가 있었다. 똑바로 바라보며 세었다. 셋이었다.

위층의 거울은 덮개가 벗겨져 있었다. 천은 반듯하게 네 겹으로 접혀 거울 아래 놓여 있었다. 곧바로 다시 덮어야 했다.

나는 들여다보았다.

비친 방은 내 방이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그는 변형되어 있었다. 손가락마다 네 번째 마디가 있었고, 두 눈은 아주 조금 지나치게 넓었으며, 턱에는 어딘가 잘못된 데가 있었다. 내가 손을 들자 그것도 손을 들었다. 나는 내 얼굴을 붙들고 원래 모양으로 되돌리려 했다. 점토를 다듬는 사람처럼 누르고, 주물렀다.

두통이 덮쳐 왔다. 새하얀 빛에 눈이 멀었다. 다시 앞이 보였을 때 나는 무릎을 꿇고 있었고, 두 손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보지 않은 채 거울을 덮었다. 손끝으로 더듬어 얼굴을 재어 보았다. 달라진 데는 없었다. 하지만 잉크가 묻은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은 6일보다 4분의 1인치 길어져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기록보다 모두 길었다. 나는 열한 번을 쟀다. 줄자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줄자마저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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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12월 21일, 가장 긴 밤에 꿈을 꾸었다. 나는 그것을 꿈이라 적는다. 그렇게 불러야만 하니까. 꿈속에서 나는 내 방에 서서 열쇠를 쥐고, 그것을 돌렸다.

너무도 쉽게 돌아갔다. 문은 바깥으로도, 안으로도 열리지 않았다. 나를 관통하여 열렸다. 가슴뼈가 갈라지고, 변형된 자들이 내 가슴을 통과했다.

그들은 밀물처럼 왔다. 서두르지 않는 변형된 자들. 이미 도착한 것들의 느긋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고는 그 생물이 건너오기 시작했다. 인간의 문으로는 도저히 들일 수 없는 거대한 몸이 아니라, 그 의지가.

헤일 부인은 계단 위에 있었다. 의지가 그녀 곁을 지나자 손가락들이 가지처럼 갈라져 난간 속으로 뻗어 갔다. 의지는 복도로 내려가 눈 덮인 바깥으로 나갔다. 이어 개리슨 거리를 따라 불이 켜졌다. 나는 알았다. 불을 켠 사람들은 모두 맨 먼저 거울로 갔다.

거울이 먼저다.

모든 창문 안에서 남자나 여자가 거울 앞에 서서 전의 모습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러고는 나는 보았다. 바로잡으려는 손길 하나하나가 그것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베어 내고 꼬집을 때마다, 변형을 일으키는 힘은 인간이 어디에 있었는지 배울 뿐이었다.

그러고는 아컴 너머까지 보였다. 의지는 보스턴으로 가는 길을 따라, 바다 밑으로 퍼져 나갔다. 인스머스의 부둣가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변형을 완성했다. 마지막으로 하늘이 닫히는 문처럼 안으로 오그라들었다.

간수가 문을 열었다면, 세계는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불도, 악마도 없었다. 서서히 맞닿아 이어지는 작업만 있을 뿐이었다.

그때 의지가 돌아섰다. 장인이 자신의 작업대로 몸을 돌리듯. 나를 향해서. 그것은 나를 산호로 만들지 않았다. 문으로 만들었다. 갈라져 열린 갈비뼈가 벌어져 고정되었다. 세계가 닫혀 있던 그 자리에, 문 자체가 되어 영원히 열린 채 깨어 있어야 했다.

나는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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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합금 바닥 위에서 깨어났고,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안쪽 문 앞에 방문자가 서 있었다. 파라오의 예복을 입고, 긴 손가락을 숨기지도 않은 채.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전처럼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목소리를 조금 비틀어 놓은 소리였다.

그것은 내가 그런 지옥을 보게 되어 유감이라고 했다. 그 광경은 믿을 필요 없는 협박일 뿐이라며, 두통과 출혈을 끝내 주겠다고 약속했다. 긴 손 하나를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펴서 열쇠 쪽으로 내밀었다.

열어라. 그것이 말했다. 그러면 너는 끝나리라.

나는 내 피 위에 누워 깨달았다. 그 광경은 협박이 아니라 고백이었다. 그것이 약속한 끝은 영원히 열린 문이 되는 일이었다. 그것은 끝을 바라는 내 마음이 문틀의 기억을 이기리라 믿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었다. 시간이 좀 걸렸다. 방문자는 손바닥을 편 채 기다렸다. 밀물처럼 끈기 있게.

열쇠를 돌리지 않았다. 영원히 그것의 통로가 되는 일이 두려웠다. 킴의 말이 되살아났다. 이 집을 드나들어야 하는 모든 사람. 계단 위의 헤일 부인, 거울 앞의 사람들. 내가 고통받는다고 해서 그들을 대신 내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소년처럼 갈라지는 목소리로 소리 내어 말했다. “안 돼.”

그것은 손을 내렸다. 웃음이라고밖에는 부를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턱을 지나치게 크게 벌렸다. 마치 내 행동이 예상대로였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더니 닫힌 문 속으로 뒷걸음질 쳐 들어가 사라졌다. 두드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더 큰 소리로.

간수는 무엇을 지키는가? 형태를 고치는 자로부터 세계를 지킨다. 해방을 제안하는 방문자로부터. 그리고 무엇보다 간수 자신으로부터. 끝을 바라는 간수의 마음이야말로 그 생물의 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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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학자가 논문을 끝맺듯, 이 대답으로 글을 마치고 싶다. 그럴 수 없다. 문은 닫힌 채로 있었다. 하지만 내 안의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오늘 아침, 22일. 방문자가 떠난 뒤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 관들이 내는 빛으로 안쪽 문을 살폈다. 열쇠 구멍이 없었다. 아문 상처 위로 살이 돋듯, 열쇠 구멍 둘레의 장식판이 구멍을 메운 채 매끈해져 있었다. 아무 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다.

가슴에 걸린 열쇠로 손을 가져갔다. 열쇠는 줄에 매달려 있지 않았다. 줄만 목에 느슨하게 걸려 있었다. 열쇠는 가슴뼈 위의 피부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따뜻한 그 윤곽이 손끝에 느껴졌다.

자물쇠는 파괴된 것이 아니다.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두통이 덜해졌다는 것은 안다. 피도 멎었다. 베개와 셔츠 앞섶에는 여전히 얼룩이 남아 있지만. 손가락 마디는 다시 셋이 되었다. 나는 그것들을 믿지 않는다. 열병을 앓고 난 사람처럼 기운이 없고, 그 허약함에는 방향이 있다. 안쪽, 가슴뼈를 향한다. 10월에는 없던 무언가가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

깨끗한 침구를 가져온 킴은 내가 아픈 곳을 피해 조심조심 옷을 입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침구를 손 닿는 곳에 놓았다. “무슨 일을 하셨는지 말해 주세요.” 나는 그 일은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혼자 낱장을 사용했으며,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필요한 건 안심시키는 말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에요.” 나는 처음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5분 전, 안쪽 문의 두드림이 멎었다. 1분의 침묵 뒤에 다시 시작되었다. 조용히, 어긋난 간격으로. 내 가슴뼈 아래에서.

기록 14 / 57

제14화

23일에 나는 밖으로 나갔다. 집에 빵이 없었고, 헤일 부인의 친절에도 한계는 있을 터였다. 그 한계를 시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 장화 소리만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서른 걸음 뒤에서 두 번째 발소리가 내 걸음에 맞춰 따라왔다. 내가 멈추면 멈췄고, 다시 걸으면 함께 걸었다. 돌아보았다. 거리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내 발자국 옆으로, 발가락이 넓게 벌어진 또 하나의 커다란 발자국 줄이 이어졌다. 우체국 등불 아래에서는 두 번째 그림자가 내 그림자 위로 겹쳤다. 그 그림자를 드리울 사람은 없었다.

그다음은 지켜보는 자들이었다. 계단 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12월에 입기에는 너무 얇은 외투를 걸치고, 들어가지도 떠나지도 않았다. 그들은 인스머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스쳐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분명히 그 자리에 있었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얼굴이 아니었다. 내 가슴이었다. 그들이 지켜보는 것은 그것이었다. 그 남자가 내 눈을 마주 보고는 손가락 두 개를 자기 가슴뼈 위에 얹었다. 이제 두드림이 사는 자리였다.

빵은 사지 않았다. 그 발소리는 집까지 나를 따라왔다.

아래층에서 헤일 부인이 나를 맞았다. 신사 두 사람이 찾아왔었다고 했다. 그녀가 보기에는 외국인이었다. 그들은 명함을 남겼다. 다곤 비밀 교단 — 인스머스. 뒷면에는 연필로 적혀 있었다. 우리는 걸어 다니는 문을 오래 기다렸습니다.

킴은 양면을 두 번씩 읽었다. 헤일 부인에게 방문객들이 무엇을 원했는지 묻고, 대답을 적었다. 이어 명함의 문구도 옮겨 적었다. “이 집에 기록이 하나뿐이어서는 안 돼요.” 그녀는 거리로 통하는 문을 잠그고 커튼을 쳤다. 도서관으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기록들을 챙겼다. 나는 기록을 태워 달라고 했다. 내 증인이 되는 대가로 그녀가 무엇을 치러야 할지 여전히 두려웠다. 그녀는 거절했다.

그날 밤 나는 커튼 틈으로 밖을 지켜보았다. 자정 무렵, 그들은 내 창을 올려다본 채 집 주위에 소리 없이 원을 이루었다. 동틀 무렵 의자에서 깨어났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내 창 아래 눈에는 집을 둘러싼 원을 따라 짓밟힌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원에서부터, 발가락이 넓게 벌어진 커다란 발자국 한 줄이 거리 쪽 출입문의 문턱을 넘어 계단을 올라와 내 방 앞에서 멈췄다.

다시 나간 발자국은 없었다.

기록 15 / 57

문 밑으로 이어진 발자국

12월 24일, 나는 새벽에 쓴 기록을 바로잡았다. 발자국은 내 방 밖에서 끊긴 것이 아니었다. 지친 눈으로 처음 훑어보았을 때 내가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발자국은 문 밑으로 이어져 있었다.

걸쇠는 그대로였다. 합금 위로 같은 넓적한 발자국이 나 있었다. 눈과 그보다 기름기 있는 무언가로 젖은 자국이었다. 발자국은 벽장까지 이어졌다. 그 너머로 늑골 같은 골조가 늘어선 104피트 길이의 통로에서도 점점 희미해질 뿐, 옆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막 앞에서 발자국이 멎었다. 두 발을 모으고 발끝을 앞으로 향한 모양이었다. 반투명한 막의 표면에는 사람의 가슴뼈 높이에 젖은 손가락 자국 두 개가 나 있었다.

되돌아온 흔적은 없었다.

나는 그들이 막을 통과했다고 믿었다. 직접 보지는 않았다. 그 차이는 별 위안이 되지 못했지만, 기록에는 남겨야 했다.

입술에 따뜻한 피가 흘렀다. 동지 이후 처음이었다. 벽장을 가리고 그 앞에 큰 여행 궤짝을 밀어 놓았다. 걸쇠가 잠긴 방에 들어온 것을 짐짝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헤일 부인은 젖은 발자국과 말소리마저 축축한 사내들의 꿈을 꾸었다고 했다. 잠에서 깼을 때 입안에서 소금 맛이 났다고 했다.

킴이 대조할 자료를 가져왔다. 그녀가 따로 확보해 둔 자료 묶음은 도서관에 남아 있었다. 나는 젖은 자국을 보여 주었다. 그녀는 내 설명을 따로 기록했다. 자료 옆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펜 하나를 놓아두었다. 카드에는 직함 없이 내 이름의 머리글자만 적혀 있었다. 내가 손을 뻗자 그녀는 그것을 도로 넣었다.

성탄절에 우리는 홀트의 자료를 킴이 가진 연방 측 사본과 대조했다. 홀트의 사진들은 변해 있었지만 그녀의 사진들은 그대로였다. 그 낱장은 다곤 회관 아래에서 나온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출처로만 여겼다. 이제는 누구의 소유인지를 알려 주는 표시로 읽었다. 연방의 급습 뒤에 분실된, 그들의 의식서 한 페이지였던 것이다. 내 실험은 그들이 다른 장소에서 하려던 일을 완성해 버렸다.

킴은 평범한 조사원이라면 홀트의 유품을 가져간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사용할 권리가 없는 대학 서신을 이용한 뒤, 그 기관의 수령증에 내 이름으로 서명했다. 킴은 그 수령증이 어디에 남아 있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 있었다.

내 손으로 적은 주소를 교단에 남겨 놓은 셈이었다.

기록 16 / 57

갈라야 할 자리

그 성탄절 아침, 앞서 헤일 부인의 집 맞은편 느릅나무 아래에 여자 하나가 나타났었다. 가느다란 눈과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머리는 인스머스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데 여자는 엉뚱한 쪽을 보고 있었다.

우리를 지켜보는 사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보았던 사내가 그쪽을 바라보자 여자는 그늘로 물러났다. 그들의 적인지, 아니면 그들 가운데 더 참을성 있는 자인지 알 수 없었다. 킴은 어느 편인지 단정하지 않고 여자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26일, 나는 다시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1928년 8월에 찍은 사진 한 장에 우체국의 사내가 부둣가에 서 있었다. 같은 얇은 외투, 같은 얼굴이었다. 성탄절에 그가 감시하던 모습을 보며 목 언저리의 옅은 금빛을 눈여겨보았었다. 사진에도 그 빛이 잡혀 있었다.

3년의 세월은 그에게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11월에 나는 다곤 회관 근처에서 찍은 다른 사진에 피를 흘린 적이 있었다. 닦아 낸 뒤에도 분홍색 얼룩이 남았다. 나는 그 사진을 넣어 두었다.

얼룩은 손가락을 펼친 손 모양으로 번져 있었다. 손바닥의 한가운데는 내 살갗 아래 열쇠가 놓인 자리와 겹쳤다.

나는 그 사진이 그들의 눈으로는 알 수 없었던 것을 알려 주었다고 믿었다. 어디를 갈라야 하는지를. 킴은 날짜 옆에 그 윤곽을 옮겨 그렸다. 누가 그것을 읽었는지 입증했다고는 쓰지 않았다.

만성절 전에 들었던 발소리가 떠올랐다. 그들은 의식 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자물쇠가 한곳에 붙박여 있는 동안 기다렸다. 이제 그 자물쇠가 걸어 다녔다.

28일, 찾아온 자들이 기름 먹인 천으로 싼 꾸러미를 남겼다. 1월 초의 사리 물때에 동그라미가 쳐진 1932년 인스머스 조석표와 가슴뼈를 그린 그림이었다. 넷째와 다섯째 갈비뼈 사이에 십자 표시가 있었다.

킴은 내가 그림을 태우기 전에 조석표와 그림을 베끼고 날짜를 적었다. 그리고 우리가 도서관을 방문할 계획과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오른 도서관으로 보냈다. 나는 반대했다. 그녀는 보냈다. 조석표는 내가 보관했다.

이틀 뒤 밤, 살갗 아래의 쇠붙이가 옆으로 움직였다.

누군가 빗장이 움직이는지 시험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들의 정중한 태도를 보고, 거절해도 될 초대라고 착각할 수 없었다.

기록 17 / 57

걸어 다니는 문이 붙잡히다

12월 31일, 킴은 오른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동행했다. 나는 최근 해안에서 온 사람들이 홀트의 대학 서신을 알아보러 왔는지 물을 생각이었다. 헤일 부인에게는 저녁 식사 전까지 돌아오겠다는 쪽지를 남겼다.

회중교회 뒤편에서 빛이 짙어졌다. 외투 아래에서 열쇠가 타올랐다.

여러 손이 내 팔을 붙잡았다. 젖은 천이 얼굴을 덮었다. 항구의 물 냄새와 달콤한 무언가의 냄새가 났다. 킴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곧 옆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나를 붙잡은 손들은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묶인 채 옮겨져 흔들리는 바닥 위에 눕혀졌다. 누군가 두 손가락으로 열쇠 위를 누르더니 작게 만족한 소리를 냈다.

그날 나머지 시간과 1월 1일 하루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눈을 뜬 곳은 인스머스의 방이었다. 하나뿐인 창문은 바깥에서 덧문으로 막혀 있었다. 킴이 묶인 채 간이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깨어 있었다. 내가 입을 열자 얼굴의 표정이 달라졌다. 무슨 표정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

우체국의 사내가 등잔 곁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나를 자유롭게 해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지옥이라 부르는 곳을 그의 사람들은 천국이라 불렀다. 그들의 변한 얼굴은 아직 초벌에 불과했다. 그들은 형태를 고치는 자가 자신들을 완성해 주기를 바랐다.

방에 붙박인 문은 악마의 암초로 가져갈 수 없었다. 걸어 다니는 문이라면 가능했다.

나는 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주문이 있다고 그가 대답했다. 물때도 있었다. 갈라야 할 자리도 알고 있었다.

그날 오후는 1월 2일이었다. 해 질 무렵, 그들은 우리를 다곤 회관을 통과해 아래쪽에서 기다리는 배로 데려갔다. 수행원들은 그를 대변인이라 불렀다.

암초에는 등불들 사이로 단이 세워져 있었다. 그들은 나를 그 위에 눕히고 셔츠를 벌렸다. 단의 육지 쪽 가장자리에서는 수행원 하나가 손목이 묶인 킴을 붙들고 있었다. 그녀가 묶인 끈을 힘껏 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대변인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액체를 쇠그릇에 부었다.

그리고 창백한 칼을 꺼냈다.

기록 18 / 57

3초

신도들은 한 목구멍에서 나오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인에게 응답했다. 나는 그 낱장에서 본 구절 몇몇을 알아들었다. 그들이 으뜸으로 섬기는 존재는 형태를 고치는 자였다. 다른 이름으로 경배하던, 고대부터 잠들어 있는 존재는 동맹일 뿐이었다. 그들이 들여보내려는 존재는 그쪽이 아니었다.

칼이 가슴뼈에 닿았다.

처음에는 차가웠다. 그러다 칼이 닿은 선을 따라 살이 벌어졌고, 피가 옷깃 쪽으로 흘렀다. 살에 파묻혀 있던 열쇠의 고리가 솟아올랐다. 자루가 드러났다. 이빨은 여전히 아래쪽 뼈에 박혀 있었다.

나는 열쇠를 돌리지 않았다.

갈라진 자리를 따라 막이 열렸다. 3초도 채 되지 않았다.

변형된 것들 가운데 하나가 넘어왔다.

그것은 젖은 천이 돌 위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옆에 떨어졌다. 관절이 너무 많았다. 얼굴은 묘사하지 않겠다. 두드리는 소리가 그 목구멍에서 가림 없이 흘러나왔다. 대변인은 기도가 응답받은 사람의 기쁨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등불 너머에서 리볼버 총성이 터졌다.

연방 요원들이 암초 가장자리를 넘어왔다. 신도들과 얼굴 생김새가 비슷한 이들도 함께였다. 그들 가운데 느릅나무 아래에 있던 여자가 있었다.

대변인은 끝까지 가르려고 칼을 치켜들었다. 여자가 총의 개머리판으로 그의 관자놀이를 내리쳤다. 그가 내 두 다리 위로 쓰러졌다. 칼날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릇에 떨어졌다.

변형된 것은 암초 위를 허둥지둥 기어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것이 가는 모습을 보았다. 나를 구했다고 해서 넘어온 것까지 되돌려 보낸 것은 아니었다.

연방 요원 배지를 비스듬히 단 사내가 내 가슴에 돛천을 눌렀다. 맹세를 거부한 이들 중 또 한 사람이 킴의 손목을 풀어 주었다. 사람들이 나를 들어 올리는 동안 그녀가 천을 넘겨받아 눌렀다. 그녀의 손은 내 손이 닿았을 때에야 떨렸다.

우리 뒤에서 대변인이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또 한 발의 총성이 그를 쓰러뜨렸다. 그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죽었다고 확언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배에 실려 북서쪽으로 옮겨졌다. 내 피로 젖은 킴의 손 아래에서 열쇠가 뼈 쪽으로 가라앉고, 열린 틈이 좁아졌다.

안쪽의 두드림이 서두르는 법을 배웠다.

기록 19 / 57

더 자비로운 칼

눈을 뜬 곳은 이름 모를 작은 만 위쪽, 창문을 널빤지로 막은 집이었다. 가슴은 봉합되어 있었지만 열쇠의 고리가 들어 있는 얕은 틈은 봉합실이 간신히 닫아 두고 있었다. 거즈에 분홍빛이 번졌다.

킴은 침대 곁에 앉아 새 기록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깨어난 시각과 두드리는 소리 사이의 간격을 적고 있었다. 내가 움직이자 그녀는 연필보다 먼저 내 손으로 손을 뻗었다.

느릅나무 아래의 여자는 자신을 웨이트 부인이라 소개했다.

그녀의 동료들, 맹세를 거부한 이들은 1846년에 다곤의 맹세를 거부한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인스머스의 외모가 드러내는 것은 혈통이지 충성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미스카토닉의 사서 한 명이 홀트의 필체를 알아보았고, 내 서명으로 그의 유품이 그 기관에서 반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이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자물쇠가 옮겨 간 주부터 우리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안전하게 내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조석표가 그 기대를 끝냈다. 그들은 배들을 뒤따랐다.

그들도 그것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킴은 칼날이 강제로 일으킨 일과 내가 선택한 일을 정확히 구분해 기록해 달라고 했다. 나는 열리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연방 요원은 자신의 이름이 맬러리라고 밝혔다. 1927년에서 1928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인스머스에서 근무했다고 했다. 상처가 덧나지만 않으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월 4일, 내가 살아남아야 하는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웨이트 부인이 널빤지로 막은 창가에 서 있었다. 맬러리는 침대 발치에 앉아 있었다. 나이 든 사서 한 명이 그들 곁에 와 있었다.

살아 있는 자물쇠는 붙잡을 수도, 설득할 수도, 칼로 가를 수도 있다고 웨이트가 말했다. 죽은 사람의 뼈는 닫히고, 쇠붙이는 잠잠해진다. 그것을 돌릴 의지도 남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구한 것은 어느 쪽이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지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킴은 죽은 간수의 문이 계속 안전하다는 것을 누가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내가 해를 끼치지 않으리라고 자신도 보장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검증하지 않은 죽음을 증거로 삼을 수는 없었다. 사서는 내 붕대를 바라보았다.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그가 말했다.

거즈 아래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깐 멎었다가 다시 두 번.

내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그 목숨을 어떻게 하면 덜 고통스럽게 끝낼지 생각하고 있었다.

기록 20 / 57

이쪽의 눈

1월 5일, 두드리는 소리가 스스로에게 응답했다.

상처 너머에서 한 가지 두드림이 왔다. 이쪽에서 다른 두드림이 조용히 응답했다. 빠져나온 것이 같은 걸쇠를 익히고 있는 듯했다.

케일럽 웹이 만 아래쪽 웅덩이에서 가자미 두 마리를 가져왔다. 두 마리 모두 지느러미에 꺾이는 마디가 하나씩 더 있었다. 그는 한겨울 날씨에도 유리처럼 잔잔한 물 밑에서 얼굴들을 보았다고 했다. 그물을 넣자 얼굴들은 사라졌다. 물고기들은 남았다.

거울이 먼저다.

그 세포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날 오후, 맹세를 거부한 이들은 나를 죽일 것인지 논의했다. 웨이트 부인과 콜이라는 전직 연방 요원은 찬성했다. 맬러리는 의식이 없을 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데 반대했다. 해티 프렌티스와 케일럽은 시간을 달라고 했다.

사서는 간수의 시신에 관해 더 읽어 볼 대목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하루만 달라고 했다.

킴은 앞서 내가 거부했던 일들에 관한 내 기록 옆에, 암초에서 자신이 목격한 일을 나란히 적었다. 칼에 갈라져 내가 열린 것이지, 내가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두 기록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트럭을 준비하고 헛간 아래에 화약을 놓았다. 케일럽은 불지 않는 하모니카를 손가락 사이에서 돌리며 망을 보았다.

나중에 잠에서 깨자 웨이트의 평범한 강철 칼이 내 붕대 위에 와 있었다. 칼끝이 들어가기 전에 사서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먼저 그 대목을 우리에게 보여 주어야 했다.

11시 20분, 케일럽의 하모니카가 현관 마룻바닥에 떨어졌다.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변인이 눈 속에 서 있었다. 턱은 변해 있었고, 손가락의 네 번째 마디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넘어온 것이 그들에게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이제는 살아 있는 나를 암초에서 가를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더는 거부할 수 없는 몸이었다.

유리처럼 고요한 만의 수면이 그들에게 우리를 찾아 주었다.

웨이트가 그의 어깨를 쏘았다. 그는 한 걸음 물러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트럭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논쟁을 계속하려면 먼저 달아나야 했다.

기록 21 / 57

길은 케일럽을 데려갔다

콜이 헛간 아래의 화약에 불을 붙였다. 그 불빛 속에서 사내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입고 있는 외투에 비해 팔꿈치가 너무 많았다.

케일럽이 나를 트럭까지 날랐다. 해티는 시동 손잡이를 돌렸고, 맬러리는 톰슨 기관단총을 들고 뒤칸에 올라탔다. 킴은 내 손으로 상처의 거즈를 누르게 한 뒤, 운전석 바로 뒤 짐칸에서 몸을 단단히 버텼다. 사서는 가방을 챙기고 있었다.

콜은 화약을 한 번 더 터뜨릴 때까지 집에 남았다.

벽들이 들려 올라갔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는 덤불 속에서, 빈손으로 계속 다가오는 형체를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그는 우리와 합류하지 못했다.

트럭 뒤로 자동차들이 나타났다. 웨이트는 해티에게 해안 도로로 가라고 했다. 내륙으로 가는 길에는 이미 감시가 붙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맬러리는 짧게 끊어 사격했다. 뒤쫓던 차 한 대가 뒤집혔다. 타고 있던 자들은 일어나서 걸어서 따라왔다.

다른 한 대가 옆으로 따라붙었다. 차 안에는 어깨에 붕대를 감은 대변인이 쇠그릇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그는 두 손가락을 담갔다 빼더니 허공에 글씨를 썼다.

열기에 몸이 접히며 나는 좌석에 고꾸라졌다. 두드림은 양쪽에서 밀어붙이는 압력이 되었다.

사서는 정신을 잃지 말라고 했다. 나 없이도 빗장이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운전석 뒤에서 킴은 내가 대답할 때까지 이름을 불렀다. 내 목소리가 끊기면 다시 불렀다. 그녀는 내가 잠들었으려니 하고 침묵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케일럽은 나를 내려놓고 말 매는 끈을 든 채 두 차량 사이를 건너갔다. 그는 상대 차량의 앞쪽 기둥을 붙잡고 발판에 올라, 변형된 운전수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

그들의 차가 소나무 숲으로 처박혔다.

케일럽은 돌아오려 했다. 그러나 옆구리의 상처와 달리는 속도, 눈 때문에 그는 트럭 대신 도로 위로 떨어졌다.

나는 해티에게 멈추라고 소리쳤다.

웨이트가 허락하지 않았다. 멈추면 그들에게 문을 내주는 셈이었다.

우리 차의 후미등 불빛 속에 케일럽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하모니카는 옆에 떨어져 있었다. 그는 우리를 향해 한 번 고개를 저은 뒤, 무기를 든 채 다가오는 차를 마주했다.

길이 굽어지며 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1월 6일이 시작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기록 22 / 57

유리 같은 항구를 지나

새벽 두 시 무렵, 타이어가 망가졌다. 라디에이터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전조등보다 더 뚜렷하게 우리의 위치를 드러냈다.

우리는 롤리의 철로 절개지 근처에 트럭을 버리고, 무기와 사서의 가방, 남은 화약을 챙겼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 맬러리가 나를 들어 옮겼다. 킴은 외투 아래의 붕대가 단단히 감겨 있도록 붙들었다.

방수포 아래 낡은 수동 궤도차 한 대가 있었다. 해티와 맬러리가 구동 손잡이를 움직였다.

우리는 인스머스 쪽으로 갔다.

웨이트가 이유를 설명했다. 내륙 도로에는 감시가 붙어 있었다. 아직 남아 있던 연방 요원들이 플럼섬에서 항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목숨을 다시 표결에 부치기 전에, 물이 어떻게 변했는지 직접 보겠다는 것이었다.

희미한 빛이 선로를 따라 쫓아왔다.

사슬을 든 변형된 형체에서 나는 빛이었다. 그 발은 침목에 거의 닿지 않았다. 맬러리의 총알은 그것을 주춤하게 했지만 멈추지는 못했다.

화물 승강장에 이르러 우리는 궤도차 밑에 화약을 놓고 창고로 달아났다. 폭발로 우리의 탈것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 대가로 사다리를 오르고 다락을 거쳐 너머의 지붕까지 갈 시간을 벌었다.

앞쪽 지붕의 출입구에서 대변인이 나타났다. 여전히 그릇을 들고 있었다.

죽으면 마지막 거부도 사라진다고 그가 말했다. 그의 사람들은 우리 사서가 숨긴 책들을 읽었다.

웨이트가 그릇을 쏘아 꿰뚫었다.

액체가 타르 위로 번졌다. 그 둘레로 눈이 안쪽을 향해 모여들더니 창백한 갈비뼈를 이루며 숨을 쉬었다.

해티가 대변인의 가슴을 쏘아 꿰뚫었다. 그는 출입구 안으로 떨어졌다. 수행원들은 계속 다가왔다. 하나가 맬러리를 붙잡아 처마 쪽으로 끌었다.

나는 그것의 위쪽 관절들을 향해 산탄총을 쏘았다.

반동에 봉합한 자리가 터졌다. 무릎이 꺾이자 킴이 내 외투를 붙잡았다. 풀려난 맬러리가 내 몸을 받았다. 우리 뒤에서는 숨 쉬는 눈이 지붕에서 지붕으로 번져 갔다.

우리는 깨진 천창을 통해 내려가 맹세를 거부한 이들의 평저선을 향해 달렸다.

바람이 파도를 일으켰어야 했지만, 항구의 수면은 이쪽 방벽에서 저쪽 방벽까지 평평했다. 물가에는 있지도 않은 얼굴들이 물에 비친 풍경 속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사서는 가방을 배 안으로 가져왔다.

웨이트가 열어 보라고 했다.

기록 23 / 57

문지기 없는 문

네크로노미콘보다 폭이 좁은 책이었다. 검은 송아지 가죽으로 장정하고 황동 잠금쇠로 닫아 두었다.

리베르 쿠스토둠. 문지기들의 책.

사서는 더 일찍 보여 주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간수가 죽으면 그의 문은 닫힌 채로 남았다. 그러나 문을 지켜 온 것은 뼈와 쇠가 아니었다. 거부였다.

그 시신은 여전히 문이었다. 닫혀 있으나 문지기는 없는 문. 그것을 차지한 자는 더는 열리는 데 저항할 수 없는 문턱을 손에 넣게 된다. 그러는 동안 직책은 들여다보는 다른 이에게 넘어가고, 옛 문은 남겨진다.

웨이트의 칼로 위험을 끝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위험에 맞서는 저항을 없앴을 뿐이다.

사서는 자물쇠가 옮겨 간 주부터 알고 있었다. 미스카토닉이 지키고 있는 다른 몸들과 함께 나도 붙들어 둘 수 있을지 검토하는 동안, 그는 그 규칙을 숨겼다.

킴은 그에게 확신하지 못했던 것과 말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것을 구분해 달라고 했다. 그는 더는 숨긴 일을 확신이 없었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의 흉터는 1928년, 대학 사람 세 명이 끔찍한 존재 하나를 불태웠던 언덕에서 얻은 것이었다. 마침내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았다.

헨리 아미티지 박사.

웨이트는 소총을 무릎에 가로놓고 들었다. 그리고 표결을 끝냈다. 내가 계속 숨 쉬고 거부할 수 있게 지켜 주기로 했다.

해티가 노를 젓는 동안 나는 읽었다.

한 기록에는 1826년인가 1827년에 간수 하나가 실종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오베드 마시가 남태평양에서 돌아온 무렵이었다. 그 시신이 이하 느틀레이에 이르렀다면, 교단은 이미 문지기 없는 문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내가 필요했는가?

아미티지가 연필로 적은 가설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옛 문에는 가르침을 받아들일 걸쇠가 없을지도 모른다. 걸어 다니는 문은 지시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 3초였다.

이제 그들은 그것을 얻었다.

멀리 뒤쪽에서 교단의 배들이 물가를 떠났다. 우리 평저선 아래에서는 창백한 무언가가 유리 밑을 움직였다. 침대 시트 아래에서 손이 움직이듯이.

이제 물은 우리를 찾는 데 대변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기록 24 / 57

정부가 벌어 준 몇 시간

아홉 시 무렵 플럼섬에 배를 댔다. 해안경비대 막사에서 맬러리는 비스듬한 배지를 보여 주고 젊은 수병에게 보스턴으로 전화하게 했다.

인스머스가 다시 열렸다고 그는 말했다. 1928년에 가져왔던 것을 가져와야 한다고, 그보다 더 많이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기다리는 대가는 피였다. 정오가 되자 막사의 유리창에 턱이 잘못된 얼굴이 비쳤다. 나는 장갑 낀 손으로 유리를 깨뜨렸다. 아미티지가 내 손목을 붙들고 웨이트가 상처에 독한 술을 부었다. 고통 속에서 방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킴은 내 곁을 지켰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빼놓은 채 말을 주고받으면, 내가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게 했다.

세 시 무렵 경비정들이 나타났다. 육지에는 연방 측 트럭들이 도착했다. 함포가 교단의 배들을 격파했고, 폭약이 악마의 암초 위로 물기둥을 솟구치게 했다.

항구를 덮은 유리는 깨져 잔물결이 일었다가, 군데군데 다시 평평하게 가라앉았다.

정부가 아는 것은 광신도들과 실종된 선원들이었다. 내 가슴을 통해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들의 무력은 달아날 틈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이 파괴되었다는 확신까지 주지는 못했다.

웨이트는 우리가 거기 남아 증인으로 끌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포격을 틈타 육지로 건너가 내륙으로 향했다.

거기서 나는 아미티지에게 누가 직책을 물려받을까 두려워하는지 물었다.

변형의 방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라고 그가 말했다. 계단 난간 기둥에 얹은 손. 젖은 발자국 꿈에서 깬 뒤 입안에 남은 소금 맛.

헤일 부인.

그가 그녀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벌써 들여다보기 시작했을까 두려워했던 것이다.

롤리 근처에서 교단의 일행이 앞길을 막았다. 이제 그들에게 예의는 없었다. 들고 갈 몸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내 산탄총이 하나를 물러나게 했고, 상처를 덮은 천은 또 찢어졌다.

해티의 숄과 아미티지의 목도리가 새 붕대가 되었다. 킴이 양끝을 잡고 맬러리가 묶었다.

연방 측 트럭에 탄 사람들은 하마터면 우리를 적으로 오인할 뻔했다. 맬러리의 배지 덕분에 우리는 입스위치까지 갈 수 있었다.

뒤에서는 포성이 계속되었다.

앞쪽, 개리슨 거리에서는 여자 하나가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을지 몰랐다.

기록 25 / 57

세 번째 방향

입스위치에서 아미티지는 손이 빈 쪽 팔에 리베르 쿠스토둠을 안겨 주었다.

당국이 자신을 데려가더라도 기록부가 연방의 상자 속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책의 마지막 몇 장과 자신이 밑줄 친 이름들을 읽으라고 했다.

그는 공식 기록 때문에 나를 소리 없이 죽여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남겠다고 했다. 개리슨 거리로 전화도 하겠다고 했다.

이웃은 전갈을 보내 내 위층 방에서 차가운 빛이 새어 나온다고 알렸다. 보통 등잔불이 갈 수 없는 곳으로 빛이 뻗어 나간다는 것이었다. 헤일 부인이 전화를 받으면 그 집을 떠나고 유리란 유리는 모두 가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는 승강장을 따라 되돌아갔다. 증기가 그를 가렸다.

그가 전화기에 이르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저녁 완행열차를 타고 뉴베리포트로 향했다. 그곳에는 맹세를 거부한 이들을 숨겨 주려는 해티의 사촌이 있었다. 킴은 내 옆에 앉아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책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붙들었다. 해티는 웨이트에게 기대 잠들었다. 맬러리는 문을 지켜보았다.

잠시 창에 겨울 들판 대신 항구가 비쳤다.

검은 수면 아래에서 변형된 얼굴이 드러난 내 열쇠의 형체를 바라보았다. 물은 몇 마일이나 뒤에 있었다. 그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리베르의 1월 5일 자 추기에는 교단의 잠수부들이 포장된 길쭉한 물체를 깊은 물속에서 끌어 올렸다는 보고가 있었다. 고정된 간수의 틀과 크기가 맞아떨어졌다.

보고일 뿐,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졌던 시신이라면, 교단은 이제 닫혀 있으나 문지기는 없는 문과, 그 문을 가르칠지도 모를 눈을 갖고 있었다.

아미티지는 만일의 경우를 위한 방책 하나에 밑줄을 그어 놓았다. 웨이트에게도 내게도 그 방책을 말하지 않았다.

킴은 내가 그냥 넘기려 한 페이지를 되돌렸다. 보고에는 크기만 적혀 있을 뿐, 시신을 확인했다는 말은 없다고 했다. 나는 확실하지 않다는 말을 다시 넣은 뒤 계속 읽었다.

뉴베리포트의 지하실에서, 이미 알고 있던 두 가지 두드림에 또 하나가 합류했다.

가슴뼈 안에는 있을 수 없는 방향에서 왔다.

아컴 쪽이었다. 개리슨 거리 쪽이었다.

기록 26 / 57

살아 있는 거울의 인계

우리는 1월 6일 밤 뉴베리포트를 떠났다. 웨이트는 오래된 길먼 창고 아래, 맹세를 거부한 이들의 은신처로 가려 했다. 연방의 눈이 거리와 물길을 감시했다. 더 오래된 길들은 땅 아래에 있었다.

킴은 농로를 걷는 내 곁을 지켰고, 책의 무게가 상처를 당기면 리베르를 대신 들었다. 우리는 연방 측 트럭이 지나는 도로를 피했다. 맬러리는 배지를 숨겼다.

폐허가 된 나무통 제작소 마당에서 웨이트가 숨겨진 바닥문을 두드렸다. 아래에서 응답이 왔다.

은신처에서는 우리에게 국물과 아마포를 내주었다. 일라이어스 마시는 들보를 손보고 있었다. 엘런 호이트는 비밀 계단들을 알고 있었다. 브램이라는 소년은 닿으면 데기라도 할 듯 내 상처를 감싼 천을 바라보았다.

웨이트는 그들에게 새로운 교리를 전했다. 교수는 살아 있어야 했다.

나는 아미티지가 밑줄 친 글을 읽었다.

트라디티오 스페쿨리. 살아 있는 거울의 인계.

아직 거부하고 있는 간수는 들여다보는 이 하나를 골라 거울을 통해 직책을 넘겨줄 수 있었다. 양쪽 모두가 동의하고 이전 문지기가 살아남아야 했다. 직책은 옮길 수 있었다. 없앨 수는 없었다.

여백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만약 헤일이—

나는 책을 덮었다.

눈 뒤쪽의 압박이 심해졌다. 등잔불 주위에 둥근 빛무리가 생겼다. 코피가 흘렀다. 손가락이 생겨서는 안 될 네 번째 마디에서 꺾이려 했다. 마디 수를 세면 잠시나마 사람의 손으로 남아 있었다.

킴은 징후가 나타나는 순서를 적었다. 나는 피가 나는 것은 늘 있던 일이라고 말하려 했다. 그녀는 그 순서가 달라졌음을 짚었다.

그녀 곁에서 나는 잠에 빠졌다.

꿈속에서 방이 펼쳐지며 지하 통로가 되었다. 고인 물이 담긴 얕은 물받이마다 변형된 얼굴이 비쳤다. 손 모양으로 파인 홈은 마디가 셋이면 받아들이고 넷이면 닫혔다. 세 가지 두드림이 다투었다. 오직 내가 거부할 때의 박자만이 이음매를 열었다. 한 구절은 문지기로서 읽어야 했다. 결코 손님으로서 읽어서는 안 되었다.

끝에 이르자 통로는 배의 늑골 같은 골조로 접혀 들어갔다.

잠에서 깨니 손 아래에 리베르가 펼쳐져 있었다.

맬러리가 내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킴은 내 곁에서 일어서 있었다.

웨이트의 소총은 방 건너편, 해티를 겨누고 있었다.

기록 27 / 57

간수가 변하는 순간

해티는 자는 동안 피를 흘렸다.

턱에 초록빛이 돌았다. 목 옆으로 틈이 열렸다. 입술을 닦을 때 네 번째 마디가 안으로 꺾였다. 그녀가 그렇게 유심히 손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의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들이 고치는 중이라고 했다. 교수의 문이 물을 가르쳤고, 물이 그들을 가르쳤다.

그러더니 대변인과 같은 정중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저 거부를 멈추기만 하면 된다고.

웨이트가 그녀의 어깨를 쏘았다. 맬러리는 산탄총으로 그녀의 옆구리를 맞혔다. 그녀는 그대로 다가와 내 붕대를 움켜잡았다. 열쇠가 타올랐다.

나는 리베르의 황동 잠금쇠를 그녀 목에 밀어붙였다. 웨이트가 관자놀이를 내리쳤고, 맬러리는 나를 뒤로 끌었다. 은신처의 사내들이 해티를 안쪽 방으로 옮겨 문에 빗장을 거는 동안 킴은 찢어진 붕대를 붙들었다.

나무 문 뒤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웨이트가 내 윗입술에 묻은 피를 만졌다. 내게도 같은 징후가 있었다.

죽은 간수는 저항하지 않는 문을 남겼다. 변형된 간수는 가르침을 받아 기꺼이 문을 여는 살아 있는 통로가 될 터였다.

나는 거울을 통한 인계에 관해 읽은 내용을 말했다. 들여다보는 이의 자발적인 선택이 필요했고, 인계가 이루어지는 내내 거부를 유지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숙집 주인에게 직책을 떠넘겨도 된다는 허락은 아니었다.

우리가 말하는 사이 브램이 변했다. 엘런도 뒤따랐다. 일라이어스가 도우려 손을 뻗었다가 같은 열병에 사로잡혔다. 안쪽 문이 갈라지고, 해티였던 것이 나왔다.

웨이트의 왼손 손가락이 움찔했다. 초록빛 실 한 가닥이 턱선을 따라 움직였다. 그녀는 자기 목에 칼을 댔다.

맬러리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우리에게는 터널이 인정하는 유일한 지도가 필요했다. 맬러리는 인스머스의 피가 더 옅어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칼을 내렸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더는 거부하지 않게 될 때 내게 무엇을 요구할지 알았다.

킴의 손가락은 세어 보면 여전히 세 마디였고, 초록빛 흔적도 없었다. 그것이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었다. 웨이트가 우리를 마시 거트로 이끄는 동안 킴이 리베르를 챙겼다.

우리 뒤에서 은신처가 신도들의 발걸음을 익혔다.

기록 28 / 57

손을 세는 통로

마시 거트는 벽돌 사이의 얕은 물받이들에 물이 고여 있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바람은 그곳까지 이르지 않았다. 수면마다 얼굴을 비출 만큼 잔잔했지만, 얼굴을 제대로 비추는 수면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꿈이 가르쳐 준 것을 일행에게 말했다. 벽돌 가장자리를 밟아라. 눈앞에 내어 놓은 거울상 안으로 발을 들이지 마라.

웨이트가 먼저 갔다. 맬러리가 뒤따랐다. 킴은 통로에 여유가 있으면 내 옆에, 좁아지면 바로 뒤에 붙었다.

맹세를 거부한 여자 하나가 우리 뒤를 따라 그 방에 들어왔다. 웨이트가 한 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루스.

루스가 물받이에 발을 디뎠다. 비친 얼굴이 장화를 뚫고 솟아올랐다. 초록빛이 다리를 타고 번졌다. 숨을 세 번 쉬는 사이 키가 더 커지고 팔다리의 짜임이 달라졌다.

그녀는 그것에게 고맙다고 했다.

맬러리의 총탄이 그녀를 물속으로 밀어 넣었다. 흔한 물보라 하나 없이 수면이 닫혔다. 그 아래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물받이 너머 통로의 폭과 높이, 길이는 내 방과 같은 비율이었다. 창백한 벽에 홈들이 열렸다. 하나하나가 손 모양이었다.

웨이트는 오른손을 썼다. 홈은 세 마디를 받아들였다. 맬러리가 통과했다. 킴도 뒤따랐다. 벽은 그녀의 손목을 조이지 않았다.

내 손가락들은 네 번째 마디를 원했다.

홈이 조여 왔다. 관을 따라 빛이 달렸다. 우리를 뒤쫓는 사람들 쪽으로 거슬러 갔다.

웨이트가 내게 세라고 했다.

셋. 셋. 셋.

꺾이려던 손가락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벽이 나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빛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곳을 일곱 군데 지났다. 마지막에서는 내가 막기도 전에 마디가 꺾였고, 홈이 살갗을 한 줄 뜯어 갔다. 킴이 찢은 천 조각으로 내 손을 싸매는 동안 나는 창백한 신호가 앞쪽으로 뻗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뒤쫓아 오던 변형된 것 하나가 우리 뒤쪽 홈에 고쳐진 손을 넣었다. 벽은 닫힌 뒤 다시 열리지 않았다.

그 통로는 문지기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문지기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오는 것들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 손이 제 모양을 잃을 때마다 우리의 존재가 알려졌다.

내 몸이 아직 그 길에 맞는 동안에만 보호받을 수 있었다.

기록 29 / 57

문지기는 초대하지 않는다

세 갈래 통로가 한 방에서 만났다. 그곳에서 돌아오는 소리는 벽의 메아리라기에는 지나치게 친밀했다.

내 거부의 두드림은 가슴 가까이에서 응답했다. 아래에서는 다른 두드림이 올라왔다. 젖어 있었고, 끈질기게 기다렸다. 세 번째는 서쪽에서 왔다. 개리슨 거리가 있을 수 없을 만큼 가까이 느껴졌다.

꿈은 경고했다. 그쪽 두드림에 답하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들여다보는 이에게 직책이 넘어갈 수도 있다고. 리베르에 따르면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 경고와 이 조건이 어떻게 양립하는지 알 수 없었다. 헤일 부인을 상대로 그 차이를 시험할 수는 없었다.

귀를 기울이는 동안 킴은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두드림 하나가 그 손끝 아래의 맥박을 따라왔다.

“어느 쪽이 선생님을 기다리는 거죠?”

나는 다시 비교했다. 가까운 벽에서 돌아오는 것이 내 박자였다. 웨이트 부인에게 그것만 따라 두드리라고 했다. 두 번, 쉬었다가, 다시 두 번.

부인은 서쪽의 다급한 응답을 무시하고 소총 개머리판으로 그 박자를 두드렸다. 동쪽 벽의 이음매가 열렸다.

그 너머에 독서대가 있었다.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에는 꿈에서 읽었던 구절이 적혀 있었다. 웨이트 부인이 손을 뻗었다. 나는 말렸다.

문지기는 거부하기 위해 읽는다. 손님은 들어가기 위해 읽는다.

나는 그 종이 옆에 리베르를 놓았다.

“나는 초대하지 않는다. 지킨다. 열지 않는다. 거부한다.”

종이가 백지로 변했다. 먼 곳의 두드림이 머뭇거렸다. 독서대 뒤에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열렸다.

우리가 내려가는 동안 추격자들은 위쪽 방에 도착해 엉뚱한 박자에 응답하기 시작했다.

벽 안으로 광경들이 흘렀다. 젖은 천에 싸인 채 보살핌을 받는 실종된 시신. 거울을 덮었다가 다시 걷어 내는 헤일 부인. 다른 의지가 자신의 입을 쓰는 동안 점점 희미해지는 대변인.

그 괴물의 세포는 단순한 하수인이 아니었다. 형태를 고치는 자는 변형된 눈 하나하나를 통해 보고 있었다.

살아 있는 자들 사이의 이양이 다시 보였다. 거울, 들여다보는 이의 동의, 직책이 넘어갈 때까지 멈추지 않는 거부. 그것을 함정과 구별하는 것은 선택이었다.

살아남는다면 헤일 부인이 더 들여다보기 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고 나는 말했다.

내려가는 길이 넓어지는 동안에도 킴은 바짝 붙어 걸었다.

길 끝에 펼쳐진 것은 마을 지하의 토대 안에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규모였다.

기록 30 / 57

거부로 꽂은 열쇠

그곳은 선체였다.

늑골 같은 뼈대의 간격은 내 방에서 재었던 것과 같았다. 휘어진 천장과 관, 벽감. 나는 그것들이 무엇의 일부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하나하나를 알아보았다.

내 하숙집에는 더 큰 배의 일부가 평범한 가옥 안에 박혀 있었다. 인스머스의 토대는 그 모체를 덮으며 자라난 것이었다. 마을은 그것을 몸에 두르고도 제 밑에 무엇이 있는지 인정하지 않았다.

벽감 하나에는 사람을 감쌀 모양으로 놓인 젖은 천이 있었다. 속은 비어 있었다. 나는 실종된 간수를 떠올렸다. 그가 그곳에 누워 있었는지는 입증할 수 없었다.

맨 끝에는 안쪽 문이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열쇠를 꽂을 자리가 난 받침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붕대 아래의 쇠가 뜨거워졌다. 개리슨 거리 쪽에서 격렬한 두드림이 답해 왔다. 잠깐, 직책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채 들여다보는 이 쪽으로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것도 거부했다.

내려온 길에서 변형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맬러리가 우리를 엄호하는 동안 웨이트 부인이 앞장서 선체를 따라 달렸다. 바닥이 변하며 내 균형을 빼앗을 때마다 킴이 리베르를 내 가슴에 붙들어 주었다.

나는 받침대에 닿았다.

열쇠를 꽂으면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열리도록 돌리면 그들이 원하는 통로가 생긴다.

손가락이 덜컥 꺾였다. 왼손이 열쇠 고리를 움켜쥐고 돌리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해티의 달라진 목소리가 세는 일을 끝내 주겠다고 했다.

웨이트 부인이 나를 불렀다. 관절은 셋. 세어 보라고 했다.

킴은 치수를 재어 두었던 내 손을 자기 손에 맞대고 내 대답을 기다렸다. 웨이트 부인이 손목을 잡고 세 번 또렷이 눌렀다. 맬러리는 계속 총을 쏘았다.

나는 셌다.

돌아가던 손이 멎었다.

붕대를 찢고 얕게 파인 상처에서 열쇠 고리를 꺼냈다. 그리고 문지기로서 열쇠를 꽂았다. 열려고 돌리지 않고, 닫힌 채 붙들어 두려고 눌렀다.

나는 거부했다.

관마다 빛이 가득 찼다. 발밑의 바닥은 갑판이 되었다.

안쪽 문은 닫힌 채였다.

그때 머리 위의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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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떠나는 배

먼저 벽돌이 떨어졌다. 선체가 관을 통해 숨을 들이쉬자 압력에 귀가 먹먹해졌다.

지하실 들보들이 박혀 있던 자리에서 뜯겨 나왔다. 머리 위로 벌어지는 틈 사이로 인스머스의 밑바닥이 벗겨지는 광경이 보였다. 포석들이 잠깐 허공에 머물렀다가 거리 쪽으로 떨어졌다. 그 거리는 이제 우리 발밑에 있지 않았다.

아래쪽에서 연방정부의 트럭 한 대가 작아졌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했다. 하나가 위로 총을 쏘았다. 탄환은 배의 중요한 부분에는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잠깐 동안 창고도 우리와 함께 솟아올랐다. 타르에는 아직 서리가 붙어 있었다. 그러다 외벽이 뼈대에서 떨어져 나가 어둠 속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밑에 있던 것이 마침내 풀려났다.

기관의 굉음은 없었다. 부드럽게 공기가 스치는 소리만 끊임없이 났다. 용골을 따라 이어진 각도들은 내가 아는 어떤 도면에도 없었다.

해티가 받침대에 닿았다.

해티의 입에서 남은 것은 이마로 옮겨 가 있었다. 그 입이 꽂힌 열쇠를 두드렸다. 웨이트 부인이 마지막 탄환을 그 안으로 쏘아 넣자 몸이 벽감 하나로 쓰러져 들어갔다. 벽감이 닫혔다.

그 안에 가둔다고 해티를 부리는 것까지 가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자들도 올라타 있었다. 등 뒤의 관을 따라 발소리가 퍼졌다. 맬러리의 산탄총에는 탄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맬러리는 전에는 다락 창문이었던 타원형 창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에식스 카운티 상공이 아니라고 그가 말했다.

킴은 내가 더는 몸을 기대지 않아도 될 때까지 받침대 곁에 있었다. 그러고는 맬러리가 외투 끈으로 내 무릎 위에 리베르를 고정하는 동안 책을 붙들어 주었다. 내가 고맙다고 하자 킴은 여전히 잡고 있던 내 손만 살폈다.

코피는 잦아들었지만 두통은 남아 있었다. 내 손가락은 내가 거듭 다잡아야만 관절이 셋으로 세어졌다. 웨이트 부인의 왼손은 여전히 덜컥거리며 꺾였다. 함께 확인했을 때 킴의 손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관찰한 사실이지, 변형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아니었다.

열쇠는 꽂혀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어느 쪽도 직책을 끝내 주지는 않았다.

가슴뼈에서 더 조용한 두드림이 났다. 내 맥박과 박자를 맞추고 있었다. 관에서는 다른 박자가 들려왔다. 개리슨 거리의 두드림은 이제 단순히 서쪽이라고 할 수 없는 방향에서 응답했다.

배는 계속 올라갔다.

아직 어디에도 내려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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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두드림

1932년 1월. 맬러리의 시계로 사흘 동안 배는 계속 올라갔다. 우리에게는 먹을 것도, 시계가 맞는지 확인할 하늘도 없었다. 웨이트 부인은 마지막 물을 네 사람에게 나누었다. 킴은 내 곁에서 제 몫으로 받은 물을 마셨다. 추위에 손이 떨리고 있었다. 관에 우윳빛 방울이 땀처럼 맺히자 웨이트 부인이 맬러리의 손을 쳐 냈다.

가까운 두드림은 여전히 가슴뼈 아래에서 내 맥박에 맞춰 울렸다. 먼 두드림은 변형된 신도들이 물러간 선미의 뼈대를 타고 전해졌다. 닫힌 벽감 하나에서는 또 다른 소리가 났다. 불규칙하게 쿵쿵 울리는 소리는 하루하루 약해졌다.

우리는 답하지 않았다. 가볍게 다섯 번, 잠깐 쉬었다가 다시 두 번 두드리는 소리로 바뀔 때까지는. 맬러리가 이발소에서 부르는 노래의 후렴임을 알아보았다.

웨이트 부인은 두 번 두드리고, 쉬었다가, 다시 두 번 두드린 뒤 막을 눌렀다. 안에서 두 남자가 나타났다.

프랜시스 던리비 경사는 인스머스에서 벌어진 두 번째 연방 진압 작전에 참가한 사람이었다. 스물네 살의 월터 프루잇 요원은 취재용 사진기와 금속박 섬광전구, 증거를 담으려 준비한 작은 병들을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신도들을 따라 통 만드는 작업장 아래로 들어왔다가 배가 떠오르기 전에 선체에 들어섰다. 그들을 들인 벽감은 그대로 닫혀 버렸다.

던리비는 맬러리를 알아보았다. 맬러리는 6일에 보스턴 파견대를 출동시킨 경고를 보낸 사람이었다. 던리비는 산탄총 탄약을 내놓고 웨이트 부인에게 리볼버를 건넸다. 남은 물은 여섯 사람이 나누었다. 나는 무기를 받지 않았다.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검지가 방아쇠 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정거장을 처음 본 것은 프루잇이었다. 고래의 골격 위로 대성당이 자라난 듯했다. 관들은 어두웠다. 우리 배는 누구의 지시도 없이 다가가 그 옆구리에 파인 자리로 들어맞았다.

열쇠가 차가워졌다.

나는 가슴에 손바닥을 얹었다. 심장은 계속 뛰었다. 가까운 두드림은 멈춰 있었다. 선미에서 들리던 먼 두드림도 끊겼다.

나는 꽂힌 열쇠의 고리를 누르며 정거장을 거부했다. 아무 응답도 없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왔든, 그것은 양쪽의 공방을 모두 끊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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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통로

우리 여섯은 안으로 들어갔다. 배는 떠나려 하지 않았고, 물은 거의 바닥났으며, 나는 무엇이 걸쇠를 잠재웠는지 알고 싶었다. 규칙을 정했다. 함께 다닐 것. 가까운 두드림의 박자와 편 손바닥에 반응하는 문만 이용할 것. 아무것도 돌리지 말 것. 젖은 것은 만지지 말 것.

건너가기 전에 맬러리가 해티를 가둔 벽감을 살폈다. 비어 있었다. 가장자리에서 관 안으로 메마른 얼룩이 기어오른 흔적이 있었다. 그 관은 정거장 쪽으로 이어졌다.

가슴뼈 아래에서는 응답이 없었지만 접속구는 내 두드림에 열렸다. 너머의 공기는 차가웠다. 벽에는 오랜 상처가 아문 자국이 있었다. 투명한 관 안에 검은 액체가 꼼짝 않고 고여 있었다. 킴은 이곳이 조용한 만큼 덜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우리 곁에 사람의 손바닥 모양으로 서리가 생겨났다. 조금 더 가자 그 손가락에 네 번째 관절이 돋았다.

웨이트 부인의 입김이 벽감의 원반 하나를 데웠다. 그러자 선착장에 키 크고 창백한 존재들이 가득 나타났다. 이곳을 만든 자들이었다. 그들은 막을 손질하며 우리 몸을 아무 저항 없이 통과해 다녔다. 프루잇이 사진을 찍었다. 섬광 속에서 형체가 옅어졌다. 섬광이 사라진 뒤 하나가 한 박자 늦게 우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저 기록일 뿐이라면, 왜 우리 빛을 알아차린 거죠?” 킴이 물었다.

원반이 식었다. 만든 자들이 사라졌다. 과거가 현재의 행동에 응답한 듯했다.

아물어 막힌 통로 때문에 우리는 좁은 관으로 들어가야 했다. 웨이트 부인은 두드리고 누른 다음 들어갔다. 나는 리베르를 앞에 밀어 놓으며 맬러리 뒤를 따랐다. 킴이 내 뒤로 들어왔다. 굽은 곳에서 벽이 내 갈비뼈를 감싸며 조여들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벽이 풀렸다. 우리는 풀리는 틈을 타 조금씩 나아갔다.

뒤에서 던리비가 끼었다. 배 안을 쩌렁쩌렁 울리던 목소리가 아이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프루잇이 계속 말을 걸며 그를 이끌었다. 여섯 명 모두 빠져나왔다. 던리비는 바닥에 누워 울었다.

다음 회랑에는 수백 개의 열린 요람이 있었다. 대부분 비어 있었다. 몇몇에는 말라붙은 존재들이 서 있었다. 이곳을 만든 자들로, 변형이 끝나지 않은 몸이 벽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프루잇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한 번 섬광이 터졌을 때는 마른 껍질 하나가 팔을 내린 채 서 있었다. 몇 번 더 섬광이 터지고 나니 그 손이 갈라진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다른 하나는 빛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웨이트 부인이 촬영을 막았다.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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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복한 문지기

회랑 끝 무렵에는 만든 자들 중 하나가 죽은 채 투명한 렌즈를 쥐고 있었다. 우리 등불이 렌즈를 데우자 빈 요람들이 예전에 그곳에 있던 자들로 채워졌다.

그 너머에서 작은 세계 하나가 돌았다. 창백한 덩어리가 자라 그 위로 퍼져 나갔다. 가지를 뻗고 또 뻗어, 마침내 세계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구조물이 되었다. 가장 긴 밤에 아컴을 꿈꾸며 보았던 모습이었다.

만든 자들은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격리군.” 맬러리가 말했다.

렌즈가 식었다. 세계도 그것을 지켜보던 자들도 사라졌다.

좁은 통로를 기어 나온 뒤로 코피가 계속 났다. 다음 아치에 이르렀을 때 두통에 밀려 벽으로 비틀거렸다. 입을 닦았던 손으로 벽을 짚었다.

벽이 내 피를 빨아들였다.

뒤이어 펼쳐진 광경은 내 안에 있었다. 흉터가 생기기 전의 정거장이 보였다. 수천에 이르는 만든 자들이 있었다. 중심부의 받침대에는 문지기 하나가 앉아 길쭉한 손으로 창백한 열쇠를 누르고 있었다. 다른 자들은 각자의 요람에서 그 거부를 뒷받침했다.

갈라진 틈이 벌어졌다가 아물었다. 장구한 세월이 흘렀다.

작은 배들이 정거장의 일부를 싣고 떠났다. 방이며 좌석이며 문틀들이었다. 도시가 없는 푸른 세계의 차가운 바닷가에 만든 자들이 방 하나를 심었다. 어느 해안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비례는 개리슨 거리에 있는 내 방과 같았다.

그러다 문지기가 고개를 들고 열쇠를 돌렸다.

중심부에서 바깥을 향해 관들이 어두워졌다. 만든 자들은 요람을 나와 걸으면서 변형되었고, 열린 문을 지나갔다. 가장 더딘 자들은 우리가 발견한 자리에 미완성으로 남았다.

헤아릴 수 없이 먼 곳에서 무언가가 버려진 정거장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대로 지나갔다. 누구도 문지기나 그 종족을 거두러 오지 않았다.

웨이트 부인이 나를 벽에서 떼어 냈다. 킴은 내 손이 들러붙고 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본 것은 보지 못했다. 나는 모두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에게도 간수가 있었어요.”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 간수가 허락한 겁니다.”

나는 이 직책을 내 짧은 삶에 닥친 재앙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우리 해안의 그 방은, 그 안에 들어설 인간이 생겨나기도 전에 심겨 있었다.

기록 35 / 57

표본

회랑 너머에 회합을 위한 홀이 있었다. 좌석에는 대야 모양의 자리, 횃대, 군집을 위한 조그만 칸들, 교회만큼 높은 벽감까지 있었다. 벽에 새겨진 글 앞에서 리베르의 라틴어는 어린아이의 글처럼 보였다.

나는 중앙의 기둥을 두드렸다. 홀이 가득 찼다.

만든 자들은 수많은 종족 사이에서 한 단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위로 늑골 모양의 뼈대가 있는 선단들이 지나갔다. 나는 정거장이 아득히 오래되고 두려운 곳이라고 여겼다. 이곳에서 보니 그저 작은 전초기지였다. 그곳이 속한 전체의 질서는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만든 자들 중 하나가 큰 항아리를 들고 아치 아래로 내려갔다. 그 모습이 사라지자 프루잇이 뒤따랐다. 떨어져 다니지 말라고 한 것은 나였기에 우리도 그를 쫓았다.

아래쪽 방에는 막으로 된 용기들이 검은 액체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큰 용기 안에는 젊은 남자 모습의 형체가 떠 있었다. 모든 비례가 완벽했고, 두 눈은 감겨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이유도 모른 채 울었다.

프루잇이 접칼을 펼쳤다. 작은 용기 하나에서 표본을 채취하고 싶어 했다. 누구도 조작된 사진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증거를 얻으려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그만두라고 했다.

칼로 낸 틈에서 검은 방울 하나가 흘러나왔다. 방울은 칼날을 타고 올라가 엄지를 건너더니 사라졌다. 그는 차갑기만 했다고 말했다.

홀을 가로질러 돌아오는 길에 프루잇의 떨림이 멎었다. 더는 입김이 보이지 않았다. 손톱이 검어졌고, 전에 없던 관절에서 손가락이 굽었다.

그는 웨이트 부인의 변형된 손에 감탄했다. 그러고는 어떤 인간의 몸도 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부인의 입을 향해 움직였다.

던리비가 세 발을 쏘았다. 마지막 총성에 프루잇이 쓰러졌고, 사진기가 그 아래 바닥에 부딪혔다. 섬광이 터지자 홀은 기억 속의 회합으로 가득 찼다.

그 투명한 형체들 사이로 실체가 있는 무언가가 단 위를 기어갔다. 초록빛이 돌고 젖어 있었으며, 입은 이마에 있었다. 어깨에는 낯익은 숄이 걸려 있었다.

정거장에 있는 것은 기억만이 아니었다.

기록 36 / 57

잘못된 문

기어 다니는 것은 해티의 숄을 걸치고 있었다. 내가 열쇠를 꽂을 때 가슴에서 찢어 냈던 숄이었다. 우리가 잠든 사이 갑판에서 가져간 모양이었다. 그것은 관 안으로 물러나더니 정거장 중심부를 향해 먼 두드림의 박자를 두드렸다.

던리비가 프루잇의 안경을 접어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나는 사진기를 주웠다. 쓰지 않은 전구가 다섯 개 남아 있었다.

경사는 돌아가야 한다고 우겼다. 나는 먼저 중심부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는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 주려고 여기까지 데려왔으며, 그것을 보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열쇠를 돌리면 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을 여느니 차라리 우리 모두 죽게 두겠다고 내가 인정하자, 그는 맬러리의 턱 밑에 리볼버를 들이대고 그를 지나갔다.

그가 가는 소리가 관을 통해 들렸다. 그는 우리가 기어 온 좁은 길 근처에서 막 하나를 찾아 경찰이 문을 두드리듯 주먹으로 치고는 가운데를 비틀었다.

막이 열렸다. 그가 앞에 빛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 정거장에 있는 빛은 모두 우리가 가져온 것이었다.

우리 네 사람은 눈 모양의 중심부에 들어섰다. 나는 빈 받침대 위에 리베르를 놓고 두드렸다. 벽이 풀어지며 수없이 많은 세계가 표시된 도표로 바뀌었다. 대부분에 표식이 붙어 있었다. 누군가의 소유인지, 돌봄을 받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듯했다.

우리 지구는 가장자리의 끊어진 고리 안에 있었다. 나는 확신 없이 그 뜻을 읽었다. 휴경지, 격리, 관심 밖. 창백한 점 하나가 해안을 표시했다.

우리 정거장에서 빛이 빽빽하게 뭉친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 밝아졌다. 집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 빛 속에서 고리 모양으로 늘어선 배들이 얼핏 보였다. 배마다 받침대가 하나씩 있었다.

관 속에서 던리비가 바닥이 자기 신발을 가져갔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프루잇의 이름을 불렀다.

젊은 요원이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의 시신은 우리 뒤쪽 홀에 누워 있었다. 정거장은 그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던리비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마치 그를 찾아낸 것이 시간을 필요로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기록 37 / 57

정거장을 깨운 것

던리비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웨이트 부인 뒤에서 한 여자가 두드리며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은 여기에 적지 않겠다. 웨이트 부인은 내게 그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다.

부인이 아이 같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어머니가 저렇게 두드리곤 했다고 했다. 1846년 봄,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왼손가락들이 네 번째 관절에서 접히며 벽으로 뻗었다. 나는 손목을 붙잡고 손가락을 하나씩 눌렀다. 언젠가 부인이 내게 해 주었듯, 셋을 세었다. 부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맬러리가 부인의 손 옆에 있는 벽을 쏘았다.

벽이 찢어지며 검은 피를 흘렸다. 목소리가 멎었다. 웨이트 부인이 마침내 수를 세었지만 넷까지 갔다. 새로 생긴 관절은 접힌 채였다.

그때 정거장의 관들을 따라 빛이 흘렀다. 발밑의 바닥이 따뜻해졌다.

내 피가 벽에 들어갔다. 프루잇이 바닥에 피를 흘렸다. 던리비의 비명이 그 안에서 멎었다. 나는 정거장이 먹이를 먹고 깨어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 이해를 입증할 수는 없다. 내가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일어난 순서다.

우리는 들어온 길로 도망쳤다.

프루잇의 몸은 얼룩 하나만 남기고 사라져 있었다. 던리비가 열어 둔 막에서는 그의 목소리가 이름과 직업을 되풀이했다. 회랑을 따라 요람들이 닫히고 있었다. 마른 껍질들은 하나같이 좁은 통로를 향해 돌아서 있었다.

통로가 조여들더니 끝까지 풀리지 않았다. 굽은 곳에서 웨이트 부인이 내 옷깃을 잡고 앞으로 끌었다. 킴이 내 뒤를 따랐고, 맬러리가 마지막에 왔다.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부인이 통로 안으로 팔을 뻗어 그를 붙들었다. 내가 부인을 끌어당기는 동안 킴은 내 외투를 잡았다.

맬러리의 왼쪽 정강이가 다리라면 꺾여서는 안 될 곳에서 꺾여 있었다.

해티였던 것이 관에서 그의 가슴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다정하게 그의 얼굴을 감싸고, 이마에 난 입을 그를 향해 내렸다.

나는 그 입을 향해 사진기의 섬광을 터뜨렸다. 선착장이 영상들로 가득 찼다. 그것은 그 사이에서 우리를 구별하지 못하고 움찔 물러났다. 웨이트 부인은 던리비의 리볼버를 그것의 이마에 대었다. 해티 프렌티스의 이름을 부른 다음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은 배와 정거장 사이의 틈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두드리고 있었다.

기록 38 / 57

안쪽의 손

우리는 맬러리를 끌어 배에 실었다. 받침대의 열쇠는 다시 따뜻해져 있었다. 나는 열쇠 고리를 누르고 거부했다.

배가 접속구에서 뜯겨 나왔다. 두 구조물 사이에 끼어 있던 무언가도 떨어져 나갔다. 그 두드림이 부러지듯 끊기더니 멎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타원형 창으로 멀어지는 정거장을 지켜보았다. 모든 혈관에 빛이 흐르고 있었다. 무수한 구멍들은 우리가 그 밑으로 걸었던 요람들이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차 있었다.

키 크고 창백한 형체 수천이 두 손을 내린 채 서 있었다. 그들의 머리가 한꺼번에 돌아가며 우리를 따라왔다.

맬러리가 저것들도 그저 또 다른 영상인지 물었다. 나는 답할 수 없었다. 영상은 우리 등불의 빛을 통과시켰다. 마른 껍질들은 섬광과 섬광 사이에 움직였고, 빛을 전혀 통과시키지 않았다. 정거장은 승무원들을 기억하는 중이었을 수도 있다. 기억한 것을 되살려 냈을 수도 있다.

웨이트 부인은 탄환이 떨어진 소총을 부목 삼아 맬러리의 다리를 고정했다.

그때 가슴뼈 아래로 가까운 두드림이 돌아왔다. 안도한 것도 잠시였다. 맥박과 맞춰 세어 보기 전까지만.

내가 두드림의 박자를 짚는 동안 킴은 손목에서 맥을 쟀다. 우리는 몇 번이고 비교했다. 두드림은 한 박자 뒤에 응답했다.

그 지연은 내 방의 반사된 형체에서 보았던 것이었다. 프루잇의 빛을 향해 돌아섰던 형체들도 그랬다. 나는 여전히 열쇠를 누르고 거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피부 아래에서 무엇이 박자를 맞추는지는 이제 알 수 없었다. 세기가 끝난 뒤에도 킴은 잠시 손목을 잡고 있다가 기록을 꺼냈다.

플럼섬에서는 비어 있다고 생각했던 리베르의 한 장에 파도바 의사의 필체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문이 있는 곳에는 문지기가 있다. 문지기가 굴복한 곳에는 빈집이 남는다.

그 문장을 다 생각하기도 전에 텅 빈 선미의 벽감들을 섬광이 밝혔다.

사진기는 내 곁에 놓여 있었다. 해티에게 섬광을 터뜨린 뒤라면 전구가 네 개 남아 있어야 했다. 세어 보니 세 개였다.

타원형 창 안쪽에 서리가 손바닥 모양으로 맺혔다. 손가락마다 관절이 네 개였다. 문을 지키려 누르는 손처럼, 그 손바닥은 유리에 평평하게 밀착되어 있었다.

그것은 우리 쪽에서 생겨나고 있었다.

기록 39 / 57

문지기들의 고리

웨이트 부인의 입김이 닿자 서리 손이 두꺼워졌다. 그러더니 타원형 창에서 희미해지고, 아래의 뼈대에 나타났다가, 갑판에, 이어 받침대 옆에 나타났다. 몸은 보이지 않는데 자국만 차례로 옮겨 다녔다.

자국들이 내게 다가왔다. 마지막 자국은 어깨 옆, 심장 높이에 자리 잡았다. 웨이트 부인이 긁어 냈다. 그것은 재질 안쪽에서 다시 나타났다.

“당신을 표시해 뒀군요.” 부인이 말했다.

배는 밝은 길을 따라 계류장으로 들어갔다. 불을 밝힌 정거장들 한가운데 우리 배와 같은 선체 수백 척이 고리를 이루고 있었다. 타원형 창들 너머로 도표가 보여 주지 않았던 답이 보였다.

받침대마다 문지기가 앉아 있었다. 같은 종족은 둘도 없었다. 저마다 열쇠를 쥔 채 자라난 갈비뼈에 갇혀 있었다. 몸에 빈틈없이 맞물려 있어서 손을 열쇠 고리에서 뗄 수가 없었다.

내 뒤에서 우리 받침대에도 갈비뼈 두 개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배가 접안했다. 안쪽의 깊은 틈 건너편 구멍으로 만든 자들과 다른 거주자들이 일하며 오갔다. 그들의 몸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우리 쪽을 보는 자는 없었다.

마른 째깍 소리가 관을 타고 전해졌다. 소리가 멎자 서리 손자국들이 갑판을 가로질러 접속구를 지나 정거장 안으로 들어갔다.

웨이트 부인은 보고하러 간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열쇠를 누르며 거부했다. 배는 붙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가 다투는 동안에도 좌석 주위로 갈비뼈가 더 자랐다. 이 집은 나를 제 문지기들 사이에 끼워 넣을 작정인 듯했다.

물도, 먹을 것도, 배를 움직일 방법도 없었다.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웨이트 부인은 속치마를 찢어 우리 여덟 손을 모두 감쌌다. 살아 있는 통로가 맨살에 반응하던 것을 기억한 것이다. 나는 리베르와 프루잇의 사진기를 챙겼다. 전구는 세 개 남아 있었다. 열쇠는 받침대에 두었다.

맬러리는 내 어깨에 기대었다. 부러진 다리에는 소총이 부목으로 묶여 있었다. 킴이 반대편에서 그를 부축했다. 우리 아래 어딘가에서 째깍 소리가 계속 났다.

기록 40 / 57

비들이 보는 것

우리는 계류장의 관에서 땀처럼 맺히는 우윳빛 액체를 마시지 않았다. 차가운 회랑에서 입김이 피어올랐다. 세 번째 회랑에서 째깍 소리가 돌아왔다.

소리가 빨라지다가 멎었다.

벽을 따라 서리 손바닥들이 다가왔다. 웨이트 부인은 맬러리를 요람 하나에 넣어 주고, 다음 요람에 킴과 나를 밀어 넣고 내 입을 막았다. 물속의 것들은 온기를 본다고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우리는 외투 안으로 숨을 내쉬며 손이 벽에 닿지 않도록 했다. 내 몸에 바짝 붙은 킴은 추위에 나기 시작한 기침을 참고 있었다.

그 생물이 소리 없이 다가왔다. 나는 그것을 그 집의 비들이라 부르겠다.

팔다리는 뼈로 된 도르래와 힘줄 밧줄에 걸려 움직였다. 벌어진 갈비뼈 안에서는 창백한 색을 띤 베틀의 북 하나가 앞뒤로 오갔다. 그 움직임이 째깍 소리를 냈다. 매끈한 머리 둘레에서 젖은 렌즈들이 나사를 돌리듯 밖으로 뻗어 나와 공기를 살폈다.

렌즈 하나가 우리 막 바깥의 공간으로 뻗어 왔다. 그 안에 내 얼굴이 보일 만큼 가까웠다.

가슴 아래에서는 한 박자 늦은 두드림이 계속되었다. 그 맞은편에 서리 손 하나가 맺혔다. 코피가 나기 시작했다. 웨이트 부인이 한 방울도 떨어지기 전에 피를 받아 냈다.

렌즈가 물러났다. 째깍 소리가 다시 나고, 그 생물은 지나갔다.

우리가 자리를 옮긴 뒤 그것은 돌아와 부인의 피 묻은 손바닥이 닿았던 곳을 살폈다.

나중에 맬러리가 부목을 편하게 고쳐 놓다가 맨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멀리서 나던 째깍 소리가 우리 쪽으로 돌아섰다. 손을 떼자 소리가 느려지며 방향을 잃었다.

우리는 관찰한 세 가지 사실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숨은 우리의 온기를 드러낸다. 맨살은 심장의 박동을 집 안으로 전한다. 피는 그 하인을 다시 불러들인다. 천으로 가리면 불완전하게나마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여섯 시간이 되었을 무렵 콧노래가 들렸다. 우리는 그 소리를 따라 수직 통로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쪽 벽에는 살아 있는 몸에 꼭 맞게 짜인 격자 우리들이 줄지어 있었다. 등마다 줄기가 하나씩 꽂혀 있었고, 관이 입마다 먹이를 공급했다.

갇힌 자들은 우리를 닮았다. 하지만 어디 한 군데씩은 반드시 달랐다. 하나는 손가락이 일곱 개였다. 다른 하나는 아래쪽으로 숨을 내쉬었다. 누구도 우리 안에서 몸을 돌릴 수 없었다.

가장 나이 든 여자의 이마를 가로지르는 띠는 닳아 반질거렸다.

기록 41 / 57

가둬 두는 벽

가장 나이 든 포로는 격자 틀 안에서 몸을 흔들며 콧노래를 불렀다. 움직일 수 있는 폭은 고작 4분의 1인치였다. 손 옆에 새겨진 자국들은 헤아릴 수 없이 이어진 날들, 혹은 해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줄들은 거의 닳아 없어져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세기를 그만두었다. 손은 여전히 그 자리에 닿아 있었지만.

죽은 정거장의 항아리에 보존되어 있던 완벽한 인간 형체가 떠올랐다. 이 포로들도 각각 다른 세계에서 모아 온, 같은 형태의 또 다른 표본들인지 몰랐다. 이것은 당시 내가 내린 해석으로 기록해 둔다.

집은 그들을 먹이고, 고쳐 주고,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내 부탁에 웨이트 부인이 더 자비로운 칼을 가장 나이 든 여자의 격자 안으로 찔러 넣었다. 우리 눈앞에서 상처가 아물었다. 콧노래가 다시 시작되었다.

째깍 소리가 가까워지자 갇힌 자들이 모두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격자 밑에 엎드려 그들을 따라 했다. 그 생물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지나갔다.

조금 더 가자 갓 갇힌 포로 하나가 격자를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었다. 웨이트 부인이 조용히 시키려고 변형된 왼손을 격자에 댔다.

격자문이 열렸다.

부인은 관절이 네 개인 제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장치가 부인을 이 집에 속한 존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풀려난 포로는 몸을 펴더니 탁 트인 회랑을 내다보고 달렸다.

그 생물이 아치 위에서 몸을 펼쳤다. 포로의 머리를 잡아 들어 올리고, 움직이는 북 앞에서 수많은 손으로 그 몸을 넘겼다. 남은 것은 가지런한 가닥이 되어 바닥에 놓였다.

맬러리가 산탄총을 들었다. 웨이트 부인이 억지로 총구를 내렸다. 소리를 냈다가는 우리 모두 들킬 터였다.

렌즈들이 돌아오는 동안 우리는 격자 밑에서 가만히 있었다. 서리가 우리 쪽으로 뻗어 오다 멈추고 희미해졌다. 그 생물은 빈 우리를 살핀 뒤 물러났다.

“달아나는 것은 풀어 헤치고, 가만히 있는 것은 가둬 두는군요.” 웨이트 부인이 말했다.

맬러리가 제 부러진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벽을 따라 갇힌 자들이 저마다의 박자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가장 나이 든 여자가 다시 콧노래를 불렀다. 웨이트 부인은 그 우리를 열었던 손을 가슴에 꼭 대고 있었다.

기록 42 / 57

빌려 쓴 두드림

아홉 시간째가 되자 우리는 그 집의 하인이 특히 나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맬러리나 웨이트 부인이 숨은 곳보다 내가 숨은 곳 곁에서 멈추어 섰다.

한 박자 늦은 두드림이 내 존재를 알렸다. 잠시 뒤 벽이 응답하며 정확한 위치를 흐렸다. 직책은 열쇠를 제 집으로 데려왔고, 내 피는 그것을 운반한 짐승이 나라는 사실을 밝혀 주었다. 나는 그 직책 자체가 내 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코피 때문에 들켰을 때 나는 둥글게 늘어선 렌즈들을 향해 섬광을 터뜨렸다. 만든 자들의 영상이 회랑에 가득 찼다. 몇 초 동안 그 생물은 그 빛과 우리 몸을 구별하지 못했다. 우리는 도망쳤다.

전구는 두 개 남았다.

차가운 관 속에서 잠깐 잠을 잤다. 맬러리는 입술이 터진 탓에 우윳빛 액체를 마셨다. 나도 마셨다. 웨이트 부인은 마시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부인은 손가락 관절을 세었다. 넷까지 갔다가 다시 시작했다.

우리를 가린 막 너머에서 부인 자신의 목소리가 뒤따라 셌다.

하나. 둘. 셋. 넷. 그러고는 다섯.

부인의 입은 내 외투에 닿은 채 다물려 있었다. 밖으로 째깍 소리가 지나갔다.

“우리가 두 번 하는 일은 뭐든 배우는 거예요.” 부인이 말했다.

나는 그 경고를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채 계획을 세웠다. 웨이트 부인과 맬러리를 관에 남겨 두고, 킴과 함께 숨지 않고 회랑을 걸었다. 두드림으로 그 생물을 내 뒤로 유인하려는 것이었다. 한 시간 동안 그것이 따라왔다. 그러다 뒤쪽의 째깍 소리가 멎었다. 나는 스스로 대견해하며 돌아갔다.

숨은 곳에 닿기도 전에 그 막에서 가까운 두드림의 박자가 들렸다.

웨이트 부인은 내 두드림인 줄 알고 반갑게 답했다.

내가 굽은 길을 돌아섰을 때 그 생물의 손은 이미 부인의 어깨 위에 있었다. 부인은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갈비뼈가 주위에서 솟아올라 등 뒤에서 이어지고 이마 위를 덮었다. 완성된 우리를 바닥이 삼켰다.

맬러리는 부인 뒤에 숨은 채였다.

그것은 나의 거부를 배워 초대로 삼았다.

기록 43 / 57

네 번째 마디

집이 무언가를 삼키는 고동을 따라가 보니 가둬 두는 벽에 웨이트 부인이 있었다. 킴은 내 곁을 지켰다. 그 생물은 새로 생긴 부인의 격자를 매만지고 있었다. 맞은편에 숨어 그것이 떠나기를 기다렸다.

우리는 옷깃에 숨을 묻으며 탁 트인 바닥을 천천히 가로질렀다. 내가 격자 우리에 이르자 킴도 곁에 몸을 낮췄다.

줄기가 부인의 등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입가에는 우윳빛 방울 하나가 맺혀 있었다. 부인은 이제 관절이 아프지 않다고 했다. 격자 우리에 몸이 받쳐져 넘어질 수도 없다고 했다. 일 년만 지나면 그것에 감사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천을 감은 손으로는 격자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못했다.

왼손의 천을 풀고, 12월부터 억눌러 온 움직임을 검지가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손가락이 원래 있던 관절 사이에서 꺾였다. 아프지는 않았다. 억지로 꼿꼿이 버티던 것을 놓아 버릴 때의 편안함만 있었다.

그 손가락은 다시 펴지지 않았다.

그 손으로 부인의 격자 우리를 눌렀다. 격자가 열리고 줄기가 빠져나왔다.

머리 위에서 째깍거림이 멎었다.

우리는 외투에 얼굴을 묻고 가둬 두는 벽 아래에 엎드렸다. 그 생물은 빈 격자 우리를 살폈다. 주변 벽들이 내 두드림을 따라 울렸다. 어느 것이 처음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까지 이어졌다. 줄지어 갇힌 이들은 모두 꼼짝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나갔다. 웨이트 부인이 내게 매달렸다. 이번에는 내가 부인 대신 손가락을 세어 주었다.

우리는 맬러리에게 돌아갔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갈라진 그의 입술에서 다른 요람으로 피가 떨어졌다. 그 생물이 우리를 찾아냈다.

두 번째 섬광 전구를 터뜨렸다. 빛이 나기 전에 모든 렌즈의 덮개가 닫혔다. 눈부신 빛은 감긴 눈꺼풀에 부딪혔다. 그것은 학습했다.

“눈을 감았어요.” 킴이 말했다. “그래도 빛 때문에 뭔가를 하긴 했네요.”

킴의 말이 옳았다. 그 순간에는 보지 못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었다.

전구는 하나 남았다.

맬러리가 벌어진 갈비뼈 사이로 산탄총 두 발을 모두 쏘았다. 북이 잠시 주춤했다. 상처가 아물고 째깍거림이 다시 시작됐다. 그것이 마지막 탄환이었다. 그 생물은 머리 위로 물러나 맴돌며 우리가 움직이거나 굴복하기를 기다렸다.

“째깍거리는 건 태엽을 감아야 해요.” 웨이트 부인이 말했다. “무언가 그것의 태엽을 감고 있어요.”

우리는 거리를 두고 뒤따랐다. 그것은 한 바퀴 돌 때마다 같은 우물 쪽으로 내려갔다.

기록 44 / 57

태엽 감는 기둥

우물 밑에는 팔 하나가 뻗어 나온 기둥이 서 있었다. 그 생물이 거기에 몸을 기대자 팔이 등 안에서 돌아갔다. 한 바퀴 돌 때마다 북이 궤도를 따라 더 멀리 끌려갔다.

팔이 빠져나오자 그 자리에 있던 구멍이 눈에 익었다. 내가 살갗 밑에 지니고 다니던 열쇠에 맞는 열쇠 구멍이었다.

기둥 밑동에는 여러 물건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 다 타 버린 금속박 섬광등 하나가 있었다.

우리 배에서 보았던 원인 모를 섬광은 기억이 아니었다. 그 생물은 우리를 만나기 전부터 프루잇의 물품을 살펴보았다. 우리는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그것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계획은 그동안 그것이 배운 것에 바탕을 두었다.

피로 그것을 불러들인다. 누군가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그것은 격자 우리를 만들면서 여러 손을 거기에 쓸 것이다. 빼앗긴 두드림으로 주의를 돌릴 수 있고, 마지막 섬광으로 제 눈을 감게 할 수 있다. 그 틈에 내가 열쇠 구멍에 닿아야 했다.

맬러리가 갇히는 역할을 자청했다. 다리 때문에 달아날 수도 없었고, 그 생물은 이미 그를 보관을 기다리는 물건처럼 대하고 있었다. 우리는 변형된 손으로 나중에 그를 풀어 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열쇠를 가지러 돌아갈 때 킴이 동행했다. 우리가 움직이자 째깍거리는 소리도 다른 두 사람에게서 멀어졌다.

배의 빈 받침대 위로 격자 우리가 닫혀 있었다. 좁은 틈에 억지로 손을 넣었다. 갈비뼈들이 조여들며 손목을 베었다. 킴이 두 발을 버티고 내 외투의 허리 부분을 잡아 뒤로 당겼다.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느라 킴의 왼쪽 손목에 무리가 갔다. 나는 열쇠의 고리를 움켜쥐고 당겼다.

열쇠가 빠져나왔다. 모든 관이 어두워졌다. 격자는 느슨해졌고 접속구의 막이 생기 없이 늘어졌다. 나는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온 배를 못 쓰게 만들어 버렸다.

밖에서 째깍거림이 그쳤다. 나는 피를 흘리며 열쇠를 주먹에 쥔 채 서 있었다.

그러더니 그것이 서둘러 우물 쪽으로 멀어졌다.

맬러리는 내가 돌아오기도 전에 시작했다. 더 자비로운 칼로 손바닥을 베어 바닥에 대고 있었다. 뒤쫓을 필요 없이 닿을 수 있는 피를 그 생물에게 내놓은 것이다.

킴과 나는 그 뒤를 쫓아 달렸다. 우리에게 하나뿐인 열쇠는 내 손에 있었다.

기록 45 / 57

열쇠를 돌리다

맬러리는 태엽 감는 기둥 옆에 앉아 베인 손을 바닥에 대고 있었다. 웨이트 부인은 숨어 있었다. 그 생물이 킴과 나보다 먼저 그에게 닿아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는 달아나지도, 얼어붙지도 않았다. 격자가 두 다리를 에워싸고 줄기가 등으로 들어오는 동안 기다렸다.

“교수님.” 그가 말했다. “따뜻하군요.”

그 생물이 격자 우리 위로 몸을 숙였다. 열쇠 구멍이 내 쪽을 향했다.

킴은 기둥 뒤에서 내 곁에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가슴속의 두드림이 렌즈들을 내 쪽으로 돌려놓았다. 외투 위에 서리 손이 나타났다.

기둥 반대편에서 웨이트 부인이 두드렸다. 부인은 모여 있던 물건들 사이에 외투를 뒤집어쓰고 숨어 모직 천을 통해 숨을 쉬고 있었다. 둥근 머리가 빌려 온 두드림 쪽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전구를 터뜨렸다.

그것이 렌즈의 덮개를 닫았다. 스스로 보기를 멈춘 그 틈에, 바로 아래 킴을 남겨 두고 등에 올라 양어깨 사이에 열쇠를 밀어 넣었다.

고리를 누르며 안 된다고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둥근 머리가 완전히 뒤로 돌아왔다. 여러 손이 나를 향해 뻗었다.

웨이트 부인이 반대편으로 올라와 변형된 손바닥으로 가장 가까운 렌즈들을 덮었다. 그것은 한 박자 동안 그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러다 줄 하나가 도르래에서 벗어나 부인의 손을 꿰뚫더니 팔뚝을 머리에 묶어 버렸다.

부인은 매달린 채 버텼다. 다른 손의 손가락들이 새 마디에서 꺾이며 목둘레를 감쌌다.

“읽어요.” 부인이 내게 말했다.

문지기가 굴복한 곳에는 빈집이 남는다.

나는 이 자물쇠를 닫힌 채로 지켜야 하는 문으로 잘못 여겼다. 이것은 집의 문지기였다. 문지기는 굴복시킬 수 있었고, 내 손은 이미 그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

열쇠를 돌렸다. 3도. 4도.

그 편안함은 10월 이후 내가 경험한 그 무엇보다 달콤했다. 나는 좋다고 말했다.

북이 멎었다. 렌즈들이 빛을 잃었다. 갈비뼈 사이로 가슴이 열렸다. 장기는 없었다. 드러난 것은 각도 하나였고, 그곳으로 공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기록 46 / 57

우리가 열 수 없었던 것

줄이 느슨해지자 웨이트 부인이 떨어졌다. 킴이 오른손으로 부인을 부축하는 동안 나는 팔에 감긴 줄을 풀고, 속치마의 마지막 남은 조각들로 찢어진 손바닥을 싸맸다.

부인은 내 머리를 가까이 당겨 어머니의 목소리가 불렀던 이름을 속삭였다. 맹세를 거부한 이들은 추위가 이겼을 때 이름을 내주었다. 부인은 자신의 이름을 내게 주었다. 나는 그 이름을 독자에게 주지 않겠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살폈다. 그 손의 손가락에도 네 번째 마디가 생겨 있었다. 부인은 하나씩 세고 무릎을 꿇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살아 있었다.

그 생물은 속이 빈 채 서 있었다. 가슴은 통로의 테두리를 이루었다. 그 안에서 검은 바위를 덮은 회색 물을 본 듯했다.

주위에서는 집이 제 상처를 아물리고 있었다. 맬러리의 격자는 더 두꺼워졌고 갈비뼈들이 그의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변형된 손을 대 보았다. 웨이트 부인은 양손으로 시도했다.

아무것도 열리지 않았다.

“부인을 가둔 격자가 열렸을 때와 무엇이 달라졌죠?” 킴이 물었다.

비들이 굴복했다. 그것이 사라지면서, 우리가 닮게 된 관절들이 흉내 내던 권한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의 손으로 그를 풀어 줄 수는 없었다.

산탄총은 비어 있었다. 웨이트 부인은 리볼버의 마지막 한 발을 해티에게 썼다. 더 자비로운 칼이 낸 상처를 집이 아물리는 광경도 보았다. 그에게 베풀 수 있는 자비가 내게는 없었다.

맬러리는 나를 지나 열린 가슴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이어지는 길이냐고 물었다. 집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더러 가라고 했다. 누군가는 기록을 남겨야 했다.

우물 안으로 시선 하나가 내려왔다. 우리 위에 마디가 다섯 개, 여섯 개, 일곱 개인 서리 손들이 나타나 우물 벽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다.

그 생물의 등에서 열쇠를 되찾았다. 웨이트 부인은 찢어진 손을 맬러리의 격자 우리에 한 번 눌러 댔다. 그러고는 내 손을 잡았다. 킴은 오른손으로 내 다른 쪽 소매를 잡았고, 우리 셋은 함께 맨 아래 갈비뼈를 넘어섰다.

등 뒤에서 맬러리가 두 번 두드리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두 번 두드렸다.

우리가 문을 통과할 때까지도 그는 그 문을 지키고 있었다.

기록 47 / 57

두 풍경

그 통로의 길이는 잴 수 없었다. 추위가 옷과 뼈를 뚫고 들어왔다. 압력이 우리를 조였고 고막이 터졌다. 웨이트 부인의 손은 여전히 내 손 안에 있었다. 킴은 오른손으로 내 다른 팔을 붙잡고 있었다. 우리가 떨어졌을 때는 킴의 귀에서도 피가 흘렀다.

그러자 떠나온 곳과 다가가는 곳이 같은 시야 안에 놓였다. 만든 자들의 도표가 뉴잉글랜드 하늘을 뚫고 서 있었다. 계류장의 갈비뼈들이 겨울 숲을 가로질렀다. 한 풍경이 나타난다고 다른 풍경이 희미해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거울을 통과해 내 위층 방의 소나무 널바닥으로 떨어졌다.

겨울 새벽이었다. 거울은 여전히 천으로 덮여 있었고 천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내 손에는 열쇠가 있었다. 리베르는 여전히 가방 안에 있었다.

창밖으로 눈 덮인 개리슨 거리와 우유 배달 마차, 잿빛 미스카토닉강이 보였다. 그 사이로 또 다른 건축물의 창백한 갈비뼈들이 솟아 있었다. 마차가 그중 하나를 뚫고 지나갔지만 마부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방 위쪽의 한 점에서 시작된 도표의 실들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창마다 유리 속에서 서리 손들이 누르고 있었다. 우유 배달부와 길을 지나는 여자의 뒤에서는 키 큰 빛의 형체들이 한 박자 늦게 보조를 맞추며 움직였다.

창에는 우리 세 사람의 모습이 비쳤고, 웨이트 부인의 뒤에는 네 번째 형체가 서 있었다. 부인이 몸을 돌린 뒤에야 그것도 돌렸다. 직접 뒤를 돌아보았지만 벽지뿐이었다.

가까운 쪽의 두드림을 기다렸다.

두드림이 왔다. 그러고 나서 심장이 뛰었다.

순서가 뒤집혔다. 전에 내 몸 뒤에 오던 것을 이제 내 몸이 뒤따랐다.

헤일 부인이 문을 두드렸다. 두 번, 잠시 쉬고, 다시 두 번. 부인은 우리 셋이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내가 시킨 대로 거울을 덮어 두었고, 내가 떠난 뒤로 밤마다 두드림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나는 부인에게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었다.

웨이트 부인이 새로 마디가 꺾인 오른손을 문짝 쪽으로 들었다. 그 손은 내 가슴뼈 밑의 두드림과 박자를 맞추었다.

우리 뒤에서, 거울을 덮은 천 아래에서, 무언가 째깍거리기 시작했다.

기록 48 / 57

베일을 벗은 법정

1월 13일, 나는 헤일 부인에게 대답하기도 전에 쓰러졌다. 터진 고막과 탈진, 출혈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뒤 여섯 시간을 차지한 일은 그것들로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다시 법정 앞에 떠 있었다. 코에서 피가 둥근 방울을 이루며 흘러나왔지만, 더는 정처 없이 떠돌지 않았다. 방울마다 한 줄로 합쳐져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했다.

방문자는 파라오의 옷을 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검지에는 내 것과 똑같은 네 번째 마디가 있었다.

달콤하지 않았느냐?

대답하기도 전에 내 손은 돌리던 동작을 되풀이했다.

나는 그동안 배웠다고 믿는 것들을 읊었다. 별들 사이의 정거장, 세계들을 지키는 만든 자들, 의회, 끊어진 고리 안에 방치된 지구. 법정은 내가 말을 마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고는 방문자가 옆으로 물러났다.

앞선 알현에서 허락되었던 어렴풋한 인상들로는 이렇게 벗겨 드러낸 모습을 감당할 수 없었다. 법정은 나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나는 그 우물 밑바닥의 조약돌 같았다.

요그 소토스는 끝없이 빽빽한 구체들로 나타났다. 구체마다 우리가 통과했던 서로 다른 순간이 지금 존재하고 있었다. 떠오르는 선체, 시계 태엽을 감는 맬러리, 열쇠에 얹힌 내 손.

관문은 나의 항해를 부정했다. 그 어둠은 바닥이었고, 우리의 항로는 널빤지 하나의 나뭇결 한 줄이었다. 만든 자들이 뚫은 모든 출입구는 그 안에 뚫린 것이었다.

다른 구체에서는 인류의 역사가 모두 창턱 위의 먼지로 놓여 있었다. 무언가 밖을 지나가며 그 먼지를 흩뜨렸고,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계속 갔다.

구체들 아래에서는 아자토스가 춤추는 자들과 피리 부는 자들 사이에서 들끓었다. 피리 소리가 내 심장을 갈수록 빠르게 몰아붙였다. 마침내 심장이 갈라져 멎는 듯했다.

방문자가 손가락 하나를 들었다. 소리가 잦아들었다. 내 심장은 한 번 걸리듯 하더니 다시 뛰기 시작했다.

도표에 있는 무수한 세계들은 음 하나 속의 티끌이라고 방문자가 말했다. 우리 주인들의 주인조차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그들은 자신이 춤추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기록 49 / 57

주인들의 주인

법정은 내 위에서 계속되었다. 목소리는 하나하나 귀가 아니라 몸을 통해 전해졌다. 나는 그 말들을 그 상태에서 받아들인 진술로 기록한다. 학자가 독립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결론으로 적는 것은 아니다.

어둠 속으로 노란 주름 하나가 들어왔다. 다른 이들이 그것을 하스터라 불렀다. 그 선고는 내 두 손의 살갗을 벗기면서도 끊기지 않고 이어졌다.

내가 의회라 불렀던 회당은 성구실이었다. 그 안의 존재들은 치러야 할 몫을 셈하고 있었다. 가장 높은 벽감의 거대한 존재는 하급 서기에 불과했다. 선고에 따르면 우리의 가장 오래된 건물조차 아직 젖어 있었다.

검은 물이 내 주위로 차올랐다. 아버지 다곤이 해안만큼 넓은 손으로 나를 들어 올렸다. 무심한 손아귀에 갈비뼈가 부러졌다. 연한 금빛 눈 하나가 가슴속의 두드림을 향해 타는 듯한 시선을 보냈다.

다른 목소리가 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손이 벌어졌다. 떠다니는 동안 내 몸은 제 모습을 되찾았지만 고통은 남았다.

다곤은 교단에 관해 말했다. 그들은 다곤에게 맹세하면서도 형태를 고치는 자에게로 향했다. 선장 마시의 거래는 물고기와 황금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더니 다곤은 또 다른 거래를 언급했다.

암초 밑의 자식들은 물속의 눈을 통해 바라보았다. 내가 어디로 갔는지 보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길을 원하게 될 것이었다.

나는 그 경고를 자랑으로 받아들였다.

어둠이 수많은 생명으로 들끓는 어미의 형상으로 가득 찼다. 슈브 니구라스라 불리는 존재였다. 그 존재는 항아리 앞에서 내가 흘린 눈물에 답했다. 인간의 형상은 여러 밭에서 생겨났으며, 그곳에서 자란 무수한 것들 가운데 우리도 있었다.

가둬 두는 벽은 훗날의 재배를 위해 표본들을 씨앗으로 보존했다. 콧노래를 부르던 가장 오래된 포로는 앞선 재배에서 자라난 존재였다. 우리 종족의 자리도 이미 거기 마련되어 있었다.

상상 속 격자가 내 갈비뼈를 감싸 닫히고, 줄기가 내 등을 따뜻하게 하는 것을 느꼈다. 관절의 통증이 사라졌다. 잠깐 내 몸은 그것에 감사하고 싶어 했다.

웨이트 부인은 그 친절을 정확히 묘사했다.

기록 50 / 57

묻힌 것

깊은 바다 밑에서 잠든 존재가 깨지 않은 채 몸을 뒤척였다. 머리 일부와 떠다니는 촉수, 접힌 날개 하나가 보였다. 나머지는 내 시야를 넘어섰다.

그 꿈이 내 허파를 바닷물로 채웠다. 꿈속에는 초록 돌로 된 도시가 서 있었고, 이름 하나가 내 입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여전히 그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잠든 존재는 내가 이름을 생략한 것을 비웃었다.

그것은 만든 자들의 도표에 있던 끊어진 고리에 관해 바로잡아 주었다. 밭이 묵어 있는 것은, 밭을 갈아 건드려서는 안 되는 무언가가 묻혀 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밭에서 잠자고 있었다. 그곳에 묻힌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해안의 창백한 점은 우리 배가 아니라 한 자리를 표시한 것이었다.

그러고는 형태를 고치는 자 쪽으로 끌려갔다. 내 피의 줄은 그 살아 있는 옆구리에서 끝났고, 변형된 입들이 한 방울씩 받아들였다. 그 몸 안의 셀 수 없이 많은 심장이 함께 두드렸다. 내 상한 심장도 거기에 박자를 맞추려 하기 시작했다.

손들이 나를 부드럽게 살폈다. 내가 세어 본 적 없는 관절들을 펼치고, 갈비뼈를 열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가, 각 부분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았다.

아직 아니다.

그것은 바깥이란 벽 반대편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 벽을 허물었다. 우리의 도시들은 무언가의 뚜껑 위에 있었고, 우리는 그 뚜껑을 세계로 착각했다.

수집하는 자들은 인간의 형상을 보존했다. 그것은 그 형상을 완성했다.

나에게 맞춰 크기를 잰 빈자리는 여전히 그 옆구리에 있었다. 곁에는 다른 자리들도 있었다. 빨래로 붉어진 손, 네 마디 손가락이 달린 찢어진 손바닥, 아이의 손. 우리의 모든 죽은 이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를 모아도 그 몸에서 손바닥 너비만 한 면적조차 채우기 어려울 터였다.

전령들이 프루잇의 얼굴, 던리비의 얼굴, 해티와 우리가 잃은 다른 이들의 얼굴을 쓰고 지나갔다. 그들은 그 얼굴을 가면처럼 벗어 버렸다.

그 모습만으로 동료들이 그 안에 살아 있다는 증거를 삼을 수는 없었다. 닮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적은 것을 입증하는지 법정은 이미 보여 주었다.

다시 셀 수 있게 되었을 때, 내 손의 마디는 넷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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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방문자가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 나에게서 빌려 간 이목구비를 벗어 버렸다. 그 아래에는 검은 사람의 윤곽이 있었고, 그 윤곽 뒤로 또 다른 가면들이 어둠 속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니알라토텝이라 불렀다.

10월에 내가 잠정적으로 이름 붙였던 존재가 이제 제 이름을 댔다. 나는 이 차이를 기록한다. 그렇다고 그 고백이 안심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 종족이 한 일 가운데 열쇠를 돌린 것이 가장 흥미로운 행위였다고 했다. 나는 들어 올릴 수도 없는 책에서 단어 하나를 배웠다. 두 번째 단어는 하얀 곳에 적혀 있었다.

그러고는 법정이 판결을 내렸다.

나는 다른 집에서 좋다고 말했다. 그 집의 문지기가 굴복했다. 문지기가 남아 있지 않은 곳에는 벽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바깥에 있던 것이 안에 있었다.

그 결과는 밀물처럼 닥칠 것이었다.

시계들의 시간이 서로 어긋나는 것이 보였다. 모두 빨리 가고 있었다. 고인 물 안으로 서리 손바닥이 들어왔다. 각도기는 여전히 바른 각이라 가리키는데 목수의 직각자는 더는 모서리에 맞지 않았다. 거리는 걷던 사람들을 엉뚱한 방향에서 되돌아오게 했다. 인스머스의 바다는 걸쭉해져 막을 이루더니 남쪽으로 빠져나갔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람들을 세는 동안 그들은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별들 사이에 창백한 고리가 나타났다.

이것들은 진행 과정의 환영이었다.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났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법정은 회색 물 아래 바위 위에 놓인 멜론만 한 것을 보여 주었다. 그 주위에는 고쳐진 작은 형체들이 모여 있었다. 암초에서 내 틈을 통해 들어온 것이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모든 것을 보존했다.

마지막으로 방문자는 내가 가둔 채 두고 온 남자가 죽은 손을 통해 자유롭게 걸어 나올 것이라고 약속했다. 지키는 이 없는 문은 아래로, 우리 집의 뿌리로 이어졌다. 그곳에 첫 문지기가 앉아 있었다.

하얀 벌판, 보랏빛 첨봉들, 지지 않는 낮은 해가 보였다.

그곳으로 가는 어떤 길도 아직 내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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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하다는 판정

법정의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그 시선들을 한꺼번에 받자 심장은 깨진 껍질 속에서 웅크리는 듯했다.

너는 통과하였다.

방문자가 금 간 그릇을 붙들어 주듯 내 가슴에 손을 댔다. 나는 결을 따라 여행했고, 수에 잡히지 않은 채 집회에 들어갔으며, 가둬 두는 벽 앞에 섰다가 그곳에 남지 않고 나왔고, 우물에서 열쇠를 돌렸다.

그것들은 시험이었다. 나는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만성절 이후 나는 자신이 죄를 추궁받고 있다고 믿었다. 처음에는 보았다는 이유로, 다음에는 거부했다는 이유로, 마지막에는 굴복했다는 이유로. 이제 또 다른 가능성을 이해했다. 열쇠를 시험하는 까닭은 돌아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내가 지키는 데 적합한 것인지, 여는 데 적합한 것인지 물었다. 답은 없었다.

그들은 내게 남쪽, 하얀 곳으로 향하라고 했다. 나침반이 극을 찾듯 심장이 뿌리를 축으로 도는 것을 느꼈다. 가슴의 남쪽에서 두드림이 심장보다 먼저 왔다.

서리가 길을 보여 줄 것이었다. 내 피도.

그들의 인정은 내가 예상했던 형벌보다 끔찍했다. 나는 내가 저항한다는 사실을, 그들의 목적과 내 목적이 서로 맞선다는 증거로 잘못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방문자가 거울을 들어 보였다. 내가 손을 들었을 때, 비친 손은 이미 움직인 뒤였다.

소나무 널바닥에서 깨어났다. 웨이트 부인은 내 가슴뼈를 누르고 있었고, 헤일 부인은 대야 곁에 무릎 꿇고 있었다. 킴은 내가 쓰러졌을 때 적어 둔 시각을 읽었다. 내 이름을 말하기 전까지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시 숫자부터 읽었다. 여섯 시간이 지났다. 오후였다.

코와 터진 귀에서 피가 흘렀다. 웨이트 부인의 손바닥 아래에는 동전만 한 멍이 남아 있었다. 노란 테두리 안쪽이 파랬다. 심장은 여전히 한 번씩 걸렸다.

낮빛 속의 꿈처럼 알현의 윤곽은 벌써 흐려지고 있었다. 그 알현에서 들은 말 가운데 깨어 있을 때의 기록에는 없는 내용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침대에 눕지도 않겠다고 했고 의사를 부르자는 제안도 거절했다.

궤짝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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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증인

1월 13일 오후, 나는 손과 무릎으로 10피트를 기어 홀트의 궤짝에 닿았다. 곁에서는 천으로 덮인 거울이 일정하게 째깍거렸다. 작은 소리가 날 때마다 천이 움직였다.

걸쇠는 여전히 단단히 잠겨 있었지만 뚜껑은 맞물려야 할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 너비만큼 떠 있었다. 10월에는 자정에 그랬다. 이제는 낮빛도 막지 못했다.

궤짝을 열어 네크로노미콘을 무릎에 놓았다. 킴이 곁에 앉았다. 내가 킴에게 들려준 법정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내 진술이었다. 킴의 진술이 될 수는 없었다.

홀트는 비망록에서 1929년에 대학에서 진본을 훔치고 위조본을 대신 놓았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를 믿었다. 한편으로는 그가 광기 속에서 두 책을 혼동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내가 발견한 것 앞에서는 그 구분도 예전만큼 쓸모가 있지 않았다.

11월에 관문에 관한 구절 옆에 연필로 번역을 적어 두었다. “우리가 아는 공간들 안이 아니라, 그 사이에.” 내가 쓴 영어는 남아 있었다. 그런데 라틴어는 이제 “나뭇결을 따르듯 그 공간들의 결을 따라”라고 되어 있었다.

잉크는 수백 년 묵은 것처럼 보였다. 바뀐 단어를 벌레 먹은 구멍이 뚫고 지나갔다. 지운 흔적은 없었다.

관문은 여섯 시간 전에 그 결에 관해 말했다.

악마 술탄을 다룬 대목에서, 누락되었다고 여겼던 본문은 한 쪽의 3분의 1을 차지한 공백이었다. 방문자는 거기에 아무 말도 없다고 했었다. 나는 그 빈자리도 진술의 일부로 읽기 시작했다.

죽음에 관한 익숙한 두 행의 시 아래에 내 필체로 주석이 적혀 있었다. 또한 묻혀 있는 것도 그것이 아니다. 내가 의식하고 쓴 것은 아니었다.

전에 비어 있던 인스머스 낱장의 뒷면에는 이제 비친 모습으로만 읽을 수 있는 문자들이 있었다. 나는 째깍거리는 거울의 천을 벗기는 대신 어두운 창을 이용했다.

깊은 바다는 제 안에 받아들인 것을 통해 본다. 그것이 보는 것을 그 자식들도 본다.

다곤의 경고에 두 번째 증인이 생겼다. 종이는 여전히 오래된 모습을 간직했지만 증언은 달라진 증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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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르지 않은 날짜

네크로노미콘 옆에 리베르를 펼쳤다. 두 증인으로 하여금 서로에게 답하게 해 보려 했다.

가장 오래된 간수의 기록 위에, 더 오래된 필체로 새 문장 하나가 있었다. 첫 문지기는 집의 뿌리, 하얀 곳에 앉아 있다.

아랍인이 차가운 황무지와 그곳의 오래된 자리에 관해 적은 대목에는, 내 필체의 주석이 모든 길은 내리막으로 간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잉크는 오래되어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말을 그날 처음 들었다.

책은 관문에 관한 구절로 돌아갔다. 거기에도 내 글씨로 메모가 있었다. 아직 덜 말라 손가락에 잉크가 묻었다. 열쇠는 자물쇠 안의 걸림턱에 맞춰 넣고, 돌아가는지를 시험한다. 시험. 적합.

그 아래에는 1932년 2월 1일이 적혀 있었다.

그날은 1월 13일이었다.

쓰러질 때 꺾인 내 손가락은 펜을 쥐고 있었다. 나는 여섯 시간 동안 부재했다. 이것을 내가 썼다는 것도, 쓰지 않았다는 것도 입증할 수 없었다. 킴은 내가 쓰는 것을 보지 못했다. 킴이 살핀 것은 호흡이었지 펜의 모든 움직임이 아니었다. 킴이 곁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주석이 설명되지는 않았다.

마지막 한 줄은 서리와 피를 따라 아래로 향하라고 지시했다. 코에서 피 한 방울이 그 아래에 떨어져 가만히 있었다. 창의 서리 손들은 여전히 위를 가리켰다. 그 지시가 무엇을 약속하든, 거기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웨이트 부인이 책을 치우라고 했다.

그 뒤 헤일 부인이 자신이 받은 지시를 설명했다. 1월 6일, 아미티지 박사가 전화해서 내 이름으로 지시했다는 것이다. 거울들을 덮으라고 하고 가까운 쪽의 두드림을 가르쳐 주었으며, 내가 돌아오면 연락할 번호를 남겼다. 부인은 그날 아침 그 번호로 전화했다. 연방 요원의 목소리가 응답했다.

수상했던 전언이 어디서 왔는지는 평범하게 설명되었다. 부인의 두드림이 내 두드림과 박자를 맞춘 까닭은 여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부인은 여러 날 밤, 이유도 모른 채 내 방문 밖에 앉아 손바닥을 문에 대고 있기도 했다.

천 아래의 째깍거림은 한결같았다. 웨이트 부인은 내가 쓰러져 있는 내내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다가오지도, 무언가를 찾지도 않았다. 부인은 무언가의 태엽이 감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기록 55 / 57

밀물이 시작되다

1월 14일, 아컴의 시계들이 서로 어긋나기 시작했다. 헤일 부인의 시계는 하룻밤 사이에 4분이 빨라졌다. 교회와 대학의 시계는 15분 차이가 났다. 15일 저녁에는 개리슨 거리의 모든 시계가 빨리 가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전기 시보 탓을 하며 시계를 뒤로 맞췄다.

내 방을 시험해 보았다. 목수의 직각자는 문설주에는 맞았지만 세면대 위쪽 구석에는 틈이 떴다. 각도기는 여전히 90도를 가리켰다. 시험을 되풀이할수록 어긋남은 커졌다.

15일, 맹세를 거부한 이들 중 한 소년이 롤리에서 왔다. 가져온 쪽지에는 인스머스 항구가 7일부터 유리 같은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갈매기들은 그 위에 선 채 날지 않았다. 창백한 표피가 악마의 암초를 타고 올라갔고, 교단의 배들은 그들만 쓰는 계단을 떠났다.

마지막 경고는 교단이 아컴에 사람들을 보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가 지구 위의 공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날 오후, 낯선 남자가 생선 가게에서 돌아오는 헤일 부인을 따라와 내가 여행을 마친 뒤 잘 지내는지 물었다. 부인은 그 여행에 관해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창밖으로 인스머스 특유의 생김새를 한 두 남자가 집을 지켜보는 것이 보였다.

웨이트 부인은 암초 아래의 존재들이 플럼섬으로 올라와 연방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암초에서 자라는 것이 무엇이든, 그들 역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날 밤, 물주전자의 수면 아래에 서리 손 하나가 나타났다. 난로에는 불이 타고 있었다.

킴이 촛불을 들고 있는 동안 나는 손을 살펴보았다. 그 물을 눈 위에 쏟아 버렸다.

나중에 잠들지 못하고 누워 있다가 거울을 덮은 천 아래에서 새로운 박자를 알아들었다. 빠른 딸깍거림이 연이어 나고, 뒤이어 더 느린 째깍거림이 들렸다.

그 빠른 소리는 올라가는 내내 들었던 것이었다. 잠들지 못한 맬러리가 이미 태엽을 다 감은 시계의 용두를 거듭 돌릴 때 내던 소리였다.

나는 일어나 거울을 드러냈다. 웨이트 부인은 더 자비로운 칼을 들고 뒤에 섰고, 킴은 내 곁으로 왔다.

기록 56 / 57

죽은 손

1월 15일 밤, 킴이 내 곁에 있는 가운데 거울 속 내 모습이 한 박자 늦게 돌아왔다. 그 아래에는 계류장의 우물이 있었다.

입술의 피를 거울에 댔다. 기억 속 깊이가 선명해졌다.

집은 속이 빈 비들을 삼키고 있었다. 발은 이미 바닥에 잠겼다. 몸이 기울자 긴 손 하나가 맬러리의 격자 우리를 가로질러 내려왔다.

맬러리는 조여드는 격자 사이로 손가락들을 비집어 넣었다. 갈비뼈들이 살을 벗겨 뼈가 드러날 때까지 밀어 넣었다. 다른 손으로는 계속 시계 태엽을 감았다.

죽은 손가락들이 닿자, 그는 그중 하나를 걸어 잡고 손바닥을 격자에 당겨 붙인 뒤 눌렀다.

격자 우리가 열렸다.

우리의 변형된 손은 실패했다. 비들 자신의 손에는 우리가 사라졌다고 믿었던 권한이 남아 있었다. 맬러리는 그것을 이용했다. 그를 풀어 주러 온 이는 없었다.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가 두 다리로 일어섰다. 집은 가둬 둔 것을 보존하기 때문에 부러진 정강이를 고쳐 놓았다.

비들은 엉덩이까지 가라앉았다. 통로는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열린 가슴에는 여전히 바람이 빨려들었다. 맬러리는 그곳으로 가 갈비뼈 하나에 가까운 쪽의 두드림의 박자를 두드리고 통과했다.

거울이 하얘졌다.

그는 낮게 뜬 해 아래 눈 속에 무릎 꿇고 있었다. 뒤쪽에는 어두운 돌벽들이 반쯤 묻힌 가운데 창백한 문틀이 서 있었다. 멀리에는 보랏빛 첨봉들이 솟아 있었다.

그 하얀 땅 위로 아컴을 뚫고 서 있던 것과 똑같은 갈비뼈들이 솟았다. 실들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는 시계를 살폈다. 소리는 들을 수 없었지만 입술의 움직임은 이해한 듯했다. 어디에나 있었다.

나는 거울을 두드렸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풍경이 미끄러져 사라졌다. 거울에 내 모습이 돌아왔다. 째깍거림은 멎었고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새벽이 되자 창의 서리 손들이 방향을 바꾸었다. 개리슨 거리 전체에서 그 손가락들은 남쪽을 가리켰다.

기록 57 / 57

마지막 기록

헨리 아미티지는 1월 16일에 왔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거리 쪽 현관의 초인종을 눌렀다.

외투는 소금에 뻣뻣해져 있었고 손가락 두 개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각자 피 한 방울씩을 청했다.

그는 먼저 소독한 채혈침과 깨끗한 강철판으로 자기 피를 내놓았다. 피는 둥글고 붉은 방울로 남았다. 웨이트 부인의 피도 그 곁에 가만히 있었다. 내 피도 그랬다. 킴도 같은 검사를 받았다. 킴의 핏방울도 가만히 있었다.

그제야 그가 앉았다. 피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직 그 검사 하나에 답했을 뿐이었다.

오염된 피라면 본체를 향해 강철판을 타고 올라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열흘 동안 해안 경비대와 해군 군의관 한 명,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연방 사람들과 인스머스에 머물며 암초에서 내 틈으로 들어온 것을 조사했다.

법정이 한 말을 들려주었다. 그는 맬러리에 관해 물었고, 내가 격자 우리와 하얀 땅을 묘사하는 동안 두 눈을 가렸다.

우리는 등불을 켤 때까지 이야기했다. 그는 법정에서 들은 말을 두 번 말하게 했고, 열쇠를 정확히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물었다. 3도. 4도.

그는 도서관에 있던 킴의 예전 자료 꾸러미를 가져왔다. 킴은 옮겨 적은 날짜들을 내 진술 곁에 놓았다.

“이것들로 우리가 떠나기 전에 있었던 일은 확인할 수 있어요.” 킴이 말했다. “저도 우물에 있었어요. 우리와 함께 무엇이 돌아왔는지는 보증할 수 없어요. 이것들이 열쇠를 돌린 일의 변명이 되지도 않고요.”

아미티지는 이 일지를 달라고 했다. 우물에 있지 않았던 사람이 이 기록을 판단해야 했다. 문이 이미 기록자의 손을 이끌고 있을지도 몰랐다.

내 손보다 먼저 손을 들었던 거울 속 모습을 생각했다. 두드림은 내 심장보다 먼저 왔다. 우리 중 누가 문장을 시작하는 것인지 더는 확신할 수 없었다.

오늘 밤, 1월 16일, 웨이트 부인을 증인으로 하여 이 기록을 헨리 아미티지의 손에 넘긴다. 열쇠는 내 외투에 남아 있다. 거울은 덮여 있다. 하얀 광경 이후로 맬러리의 시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서리 손들은 남쪽을 가리킨다.

다음에 일어날 일은 다른 누군가가 기록해야 한다. 나는 그 일을 겪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더는 쓰지 않는다.

일지의 끝